에필로그
"허리가 아파요"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 직업이다.
나는 무용으로 17년을 살고 필라테스 강사로 12년을 살았다.
그래선지 어느 순간 사람의 '몸'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대강 보인다.
어깨가 늘 올라가 있는 사람은 긴장을 놓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고,
목이나 골반이 기울어 있는 사람은 한쪽 방향으로만 자신을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척추가 틀어져 있는 사람은, 내면에도 오래도록 방치해 둔 어떤 감정이 하나쯤은 숨어 있다.
그건 내가 겪어봐서 안다.
언젠가 나도, 제대로 서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간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다.
돌아보면 몸의 신호는 작게 하지만, 꾸준히 이루어졌다.
바쁜 일상 속이나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나는 살피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스스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허리가 아팠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버거웠다.
나는 처음으로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는 걸 33살에 처음 실감했다.
몸이 아프면, 사람은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단순한 통증 때문만이 아니다.
몸이 망가지는 감각은, 동시에 ‘내가 뭔가 잘못 살고 있다는 신호’처럼 다가온다.
평생 몸을 제일 잘 쓰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몸으로 이렇게 고통을 받을 줄이야...
심지어 요가에 한참 빠져 있던 시기였다.
나는 그때부터 각종 병원을 돌아다니다 대학병원까지 가고서야 원인을 찾았다.
나는 천장관절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앞으로 과한 스트레칭은 피해야 한다고 다른 치료방법은 딱히 없다는 말과 알약이 잔뜩 등 봉지를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
그 뒤로 나는 내 몸을 쓰는 일이 아닌 돌보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이 12년이 또 흘렀다.
매일 하루에 10분은, 아무도 없는 센터에서 내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묻는다.
'괜찮아?'
그리고 대답했다.
'괜찮아지고 싶어.'
몸은 기억을 잊지 않는다.
그 시절 잘하고 싶고 빛나고 싶어서 무리했던 나,
아픔의 두려움 보다도 그런 비참함이 더 무서워 슬픔을 참았던 순간들,
사랑받고 싶었지만 괜찮은 척했던 밤들까지
몸은 그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다고 모든 것이 멀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이,
어느 날 움직임 속에서 다시 ‘지금’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멈추지 않는 시간은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하염없이 품기 위해 흘러간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서-
나는 지금, 내 몸이 품고 있는 시간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움직임은 단지 운동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잊고 살았던 나의 한 조각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이 글은, 필라테스에만 이야기하는 글이 아니다.
필라테스라는 운동이 나의 삶을 바꾼 철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몸을 통해, 삶을 정돈하고 감정을 회복하고 있는 한 여자의 기록이다.
나를 위해서였지만, 이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몸이 아픈 날, 마음까지 무너지고 있다면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