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토녀 강선생의 교단 에세이
“이 ㅅㄲ들이 날 뭘로 보고?”
6교시, 6학년 X반 보결을 들어가려고 교실문을 열었다.
시큼한 땀 냄새가 풍기는 교실.
곧 종이 칠 텐데 아이들은 내가 들어가도 하던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교실 한쪽에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뭉쳐서 고함까지 치고 난리가 났다.
"자리에 앉아!"
소리치는 나를 보고도 아이들은 앉을 생각이 없다.
요 며칠 학교 인근 아파트에 입주한 아이들이 물밀듯이 전학을 왔다.
오늘은 45명이 한 번에 전학 왔고 오전 내내 전학 절차 안내하고 서류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6학년 X 반에도 남학생이 4명이나 전학 왔다.
그 아이들이 지금 팔씨름으로 서열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운동 잘하게 생긴 한 녀석이 앉으라는 소리에도 반응을 않고 교사용 책상으로 다가오더니 대뜸 팔을 내밀고 팔씨름을 하잔다.
팔씨름. 작년에 이 녀석들이 5학년일 때, 그 학년에서 가장 힘센 녀석을 이긴 적이 있었다. 근데 그건 5학년 1학기 때 일이었다. 갓 12살이 된 남학생이 힘이 세어봤자 얼마나 세겠나 하는 생각에서 겁 없이 붙었다 살짝 고전을 하고 이겼었다.
그때와는 다른 상황. 이 아이는 6학년 2학기. 게다가 오늘 나에게 팔을 내미는 이 녀석은 키가 170은 돼 보이고 체지방이 쫙 빠진 근육질에 지난번 다니던 학교의 운동부 선수였다고 이야기한다.
이 도전을 받아들일까 말까 내민 아이의 전완근을 만져보며 0.3초 고민을 했다.
"야, 너 힘세겠는데."
질 것 같은 불안을 상대를 칭찬하는 말에 숨겨본다.
명색이 체육 선생님인데 지면 큰일인데.
머리로는 뒷감당을 생각하면서도 내 손은 이미 도전자의 내민 손을 거머쥐고 있다.
테토녀인 나. 승부욕이 솟는다.
교사용 책상에 6학년 남학생 손을 잡고 마주 보며 기댔다.
지훈이가 심판을 봐 준다.
"시~작!"
어라, 묵직한 손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데, 시간 끌면 승산이 없겠다 싶어 길쭉한 팔을 내 쪽으로 바짝 당겨 순식간에 힘을 준다.
"억!"
당황한 전학생이 억 소리를 내며 놀라서 나를 쳐다보는 동안,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종 친다, 앉아라."
건조하게 말한다.
아이들이 모두 놀래 쳐다보고
진 녀석이 되묻는다.
"선생님, 뭐 하는 사람이에요?"
"뭐 하는 사람이긴? 체육 선생님이지."
수컷들의 서열정리에서 팔씨름 한 판으로 서열 꼭대기로 올라가는 순간.
속으로
'후유~'
졌으면 큰일 날뻔했다.
다음에 또 누가 도전하면
오늘 진 녀석 이기고 오라고 말하며
속으로 요 녀석 응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