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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을 Aug 11. 2016

#2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의 Te Deum

나를 찾아가는 음악


  대학시절 한참 클래식 음악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작곡가가 있다. 그 당시에 관심을 갖게 된 ECM이라는 레이블의 음반들은 평소 듣기 힘든 신선한 음악으로 가득했기에 음반이 조금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구입하고 싶은 음반이 많았다. 그때 우연한 계기로, 큰맘 먹고 ECM의 음반을 한 장 구매했었는데, 그게 바로 아르보 패르트의 ‘Te Deum’과의 첫 만남이었다. 

  2년 전쯤이었나, 인사동에서 독일의 세계적 음반사 ECM 레이블의 전시회가 열렸었다. 동양 최초로 열리는 전시회라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보러갔었고, 나의 대학시절 로망이었던 여러 음악가들 가운데 특히나 아련한 향수로서, 진정한 감동으로서 다가오는 음악가 패르트의 음반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패르트는 아직까지도 내게는 생소한 ‘에스토니아’라는 나라의 음악가이다. 마치, 어렸을 적 즐기던 RPG 게임의 지명처럼 느껴지는 나라여서 그런지 음악 또한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듯했고 당시 새로운 음악을 갈구하던 나에게 이 음반을 구입하는 동기를 은연중에 불러일으킨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그 음반에는 바로 내가 원하던 새로운 음악이 담겨 있었다. 


 ‘하느님, 당신을 찬미하나이다’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Te Deum은 가톨릭교회에서 모든 주일과 대축일, 그리고 교황 착좌식이나 황제 대관식 등에 자주 사용되던 찬미가로서, 미사때 노래하는 대영광송에 대응되는 기도문이라 해도 무방하다. Te Deum을 음악으로 작곡한 작곡가는 많이 있지만, 패르트의 작품은 그 신비함과 경건함에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패르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 설명하면서 ‘풀잎 하나하나가 꽃만큼 중요할 수 있도록 각각의 소리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Te Deum도 한땀, 한땀, 기도의 정성으로 수를 놓은 사제의 제의처럼 느껴진다. 마치 고요한 바람과 같이, 언제 시작했는지 모르게 저음의 현악기가 조용히 울리면서, 남성들의 목소리가 그 풍류를 조심스럽게 타고 들려오며 음악은 시작한다. 합창의 사운드는 옛 중세의 그레고리오성가나 오르가눔을 닮았지만, 완전 새로운 느낌이었고 마치 나의 영혼이 하늘로 올려지는듯한 천상의 화음과 목소리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현악기의 단순하지만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미니멀리즘 적인 반복음으로 울리고, 라틴어로 노래하는 기도문이 그 위로 한 대 어울어지며, 유니크한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 피아노 현에 여러 가지 장치를 하여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는 기법) 소리가 함께 울리면 내 영혼의 깊은 곳에서부터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30여분 동안 계속되는 천상의 찬미노래를 직접 들어본다면 깊은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의 음악은 예전처럼 음반을 소장하기보다는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소비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4분 이내의 음악이 아니면 듣기도 힘든 시대에 30여분이나 걸리는 이 음악을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런 음악을 감상할 여유가 현대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된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Te Deum 음반의 북클릿 첫 장에 적혀있는 위의 성경말씀에 작곡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있는 듯하다. 초록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봄에 패르트의 음악과 함께하며 대자연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향해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려본다.


(2016 상반기 가톨릭대학교 성신 학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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