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작은 이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 Oct 04. 2023

011_ 나를 부정해야만 할 때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

 나는 무언가에 쉬이 집착하는 편이다. 대게 집착이라는 꽃은 마음속에 한번 자리를 잡고 피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번지게 마련이며, 악취도 매우 강해서 내 주변에 많은 것들과의 관계가 상하기 마련이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내가 가진 물건과의 관계도 망가지게 되어있다. 그렇게 하나, 둘 망가뜨려 가다 보면 더 이상 망가뜨릴 대상이 없을 때 비난의 화살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 ‘내가 못난 탓에’ 내가 이렇게 가진 게 없고, 나와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고….


내가 부린 집착의 대상은 대게 사람이었다. ‘저 무리에 속하고 싶다’, ‘이 사람과 꼭 함께 있고 싶다.‘ 애당초 그렇게 해선 안 될 대상이었다. 소유하기로 마음먹어선 안 될 대상에게 소유욕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아주 빠른 속도로 퇴색되었고, 하루가 길어지고 고통이 시작되었다.


‘나는 왜 그들과 함께할 수 없는가?’왜 매번 시작하지도 못할 관계에 나는 줄을 서가며 집착을 반복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마치 고등 시설의 연구원이 된 것처럼, 그들처럼 되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겠다’, ‘그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겠다 ‘ 처음엔 괜찮았고, 심지어 나에게 잘 맞는 부분도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내 내가 서있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토양의 영양분은 금세 바닥났다.


이제야 내가 결코 넘을 수 없는, 아무리 두드려도 미약한 소리나마 전달될 수 없었던 견고한 벽에 손톱을 세우고 긁어대며 집착을 일삼던 나 자신을 바라본다.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자신을 부정해 가면서 그것을 원하는 것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나에게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고, 나 다움을 조금씩 덜어가면서 까지 누군가의 틈바구니에 속하고 싶어 하는 내가 점점 증오스러워질 때쯤, 좋은 답 하나를 얻었다.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모색해 보려 한다. 어떻게 섞을지, 어떻게 보여줄진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집착들 조금씩 덜어내고, 나 다움을 다시 더하고, 원하는 내 모습의 밑그림을 그려나가 보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10_누군가의 아류가 된 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