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
때는 중학교 2학년 2학기 마지막 실습평가 때였다.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오늘 이 시간에는 오래 달리기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살다 보면 별 볼 일 없는 것이 때로는 아주 크나큰 가르침을 주는 때가 있다. 그리고 준비가 되지 않은 자들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물론, 지금의 나도 그런 일이 아주 많다. 이런 말이 있다. “아주 분명한 사실이 때론 가장 알아보기 힘든 것이 될 수 있음을 알라.” 나의 어린 시절이 그랬고, 지금도 미숙한 상태로 미쳐 알아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깨달음이 컸고 그것을 이제 와서야 삶에 녹여내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시 때는 중학교 2학년 2학기 체육시간. 마지막 실습평가를 하는 시간이었다. 2학기에 체육 실습평가로 4개의 과제를 평가받았다. 이중 3개 과제가 전부 팀워크 평가였다. 축구, 배구, 이어달리기가 그것이었는데 이 세 가지 평가과목을 모두 낙점을 받았다. 완전히 낙담하고 있었던 나는 마지막 과제가 개인평가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 종목이 바로 오래 달리기였다. 나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이를 악물고 오래 달리기 연습을 했다.
나는 키가 반에서 가장 작았다. 덩치도 크지 않고, 힘도 세지 않아서 항상 괴롭힘의 대상이었던 나였지만 의외로 지기 싫어하는 악착같은 성격을 타고났었다. 단체로 따돌림을 당해도 언젠가 뒤에서 복수하는 그런 유형이었다. 하여간에 나는 지기 싫다는 명목으로 매일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오래 달리기 연습을 했다. 반에서 외톨이었던 나는 친구들의 무관심덕에 괴롭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었다.
대망의 오래 달리기 평가 보는 날. 나는 땅만 보고 계속 뛰었다. 숨이 차올라서 죽을 것 같아도 계속 뛰었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절대로 쉬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힘없고, 항상 괴롭힘의 대상이었고, 그러는데 체육 실습평가까지 낙점을 받아서 스스로 루저가 되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있는 힘껏 치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하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뛴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반에서 2등을 해서 오래 달리기 평가에서 A를 받았다! 그 후로 나는 오래 달리기에 대해 항상 자신감이 충만하다. 체력검정을 받아도 오래 달리기 만큼은 항상 A를 받았다.
내가 오래 달리기를 잘하게 된 비결, 그것은 바로 ‘같은 속도로, 절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주면 사람들을 신경 쓴다. 물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삶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로에도 종류별로 선들이 그어져 있고, 카페의 책상들도 좁기는 해도 언제나 그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어쩌다 어깨가 스치거나 모르는 사람의 백팩을 건드리면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고 한다.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이게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괴롭힌다는데 문제가 있다.
‘내 헤어스타일이 이상한가?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지금 입은 옷이 철 지난 옷인가? 내가 만약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 당장 노래부터 시켜보겠지? 못한다고 비웃을 거 아냐.. 그냥 대충 둘러대자.’
서울의 번잡한 지하철만 가보더라도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오르내린다. 각자 제 갈길 가는 사람들 틈바구니 안에서 내 모습이 남들 보기 우스울까 봐 아주 제발 저리느라 내릴 역도 놓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거다. 그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어느 하나 같지 않고 서로 다르듯 우리 모두는 각자의 보폭이 있다. 그리고 성공한 삶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오래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각자 다리 길이가 다르고, 호흡량도 다르고, 누구는 힘이 새기도 하고 누구는 약하기도, 뚱뚱하기도 삐쩍 마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다들 같은 보폭으로 달리겠는가? 모두에겐 각자 자신만의 보폭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페이스 메이킹을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몫이며, 이상할 것 없는 당연한 행동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특히 처음 해보는 일을 시작할 때면 많은 이들이 이런 말을 한다. ‘시작이 반이다.’ 맞는 말이다. 무엇인가를 머릿속에서만 맴돌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삶만큼 무지한 일도 없을 것이다. 시작은 물론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끝맺음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일을 처음 시작하고서 시작할 때의 열정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것보다 끝맺음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어떠한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다른 성과와 비교하여 잘못된 점을 알 수 있다. ‘준비하는 중에 빼먹은 것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진행하는 도중에 잘못된 길로 간 것인지?’와 같이 말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직 너무나도 많다. 그렇기에 끝맺음을 확실히 함으로써 좀 더 나은 성과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래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도착지점까지 가지 않고 힘들다고 쓰러져 있어도 초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마지막 피니쉬 라인을 밟아야만 나의 성적이 기록되는 것이다. 그래야 내 기록을 보고 좀 더 나은 기록을 위해 목표를 가지고 연습할 수 있다. 지금 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초시계가 하염없이 흐르도록 방치하고선 무기력하게 이불 안에서 스마트 폰이나 깨작거리고 있는가? 이제 방치된 초시계의 기록을 리셋하러 나가보자.
당시 나는 2등을 했다. 그리고 1등과의 기록 차이는 10초 안팎이었다. 오래 달리기에서는 10초 정도의 기록은 엄청난 차이이다. 그는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애당초 1등을 한 그 친구는 오래 달리기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선두에서 달리고 있었다. 달리기의 보폭도 컸으며, 빠르기도 나보다는 한참이나 더 빨랐다. 이 상황이 시사하는 건 너무나도 명확하다. 실력 차이이다. 꾸준함에도 레벨이 있다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그냥 꾸준히 하니 상위권에 랭크되더라.’ 하는 식의 생각은 당장은 도움이 되더라도 나중에는 그리 큰 위안이 되질 않을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실력을 더 올리기 위해 목적의식이 있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임계점을 넘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적절한 피드백까지 더해진다면 한 계단 성장하는 것이 확실해질 것이다. 지식의 교체주기는 5년 정도라고 한다. 10년 전 빡새게 배워뒀던 지식을 가지고 현재에도 변함없으리라 생각하고 공부를 안 하며 떠드는 사람을 우리는 꼰대라고 한다. 처음부터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실력자들이 타고난 재능이 있을 것이라고 지래 짐작한다. 과연 그럴까?
아마 내가 그저 꾸준히 멈추지 않고 달리는 방법만을 고수하며 여태까지 오래 달리기를 했다면, 기록이 유지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떨어졌을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일이든 자신이 계발하길 원하는 어떤 영역이든 마찬가지이다.
오래 달리기를 하는 것만으로 자기 계발의 영역을 생각해 봤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으며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는 빠르게, 누구에게는 느리게 흐르지 않는다. 모두가 가진 이 공평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꾸준히, 임계점을 넘기 위해 의식적 노력을 하는 것만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참고한 책과 영상>
평균의 종말, 신박사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