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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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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n Dec 24. 2023

타로에 적힌 것

수월하게 가기는 어렵다고.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가 타로 점을 봐주었다. 먼저, 내년 운이 어떨지 물었다. 친구는 내가 뽑은 두 장의 카드가 힘든 만큼 성취하는 것이 커지는 한 해가 될 거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해석해 주었다. 다음으로 내년의 연애운을 물었더니, 꽤나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만큼 좋아하는, 또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해석해 주었다.


힘을 쏟은 만큼 얻을 수 있고, 괴로워지는 만큼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서글펐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고 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편히 넘는 지점이 없는 삶에 또 한 번 고비를 마주해야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는 그 말이 퍽 퍽퍽하게 느껴졌다.


노력에 행운이 보태지는 삶이 내게는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고 있다. '행운'이라는 통제불능의 영역이 없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낮거나, 거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불안을 느낄 필요도 함께 줄어드는 것을 의미해 결코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을 내가 가진 힘으로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상주의에 등을 돌려야 안전한 삶을 이루어갈 수 있다는 것도 뜻한다. 나 자신을 감추지 않고 항상 마주하는 것, 쉽지 않다.


어릴 적부터 한동안 체 게바라(Ernesto Guevara de la Serna)의 그 유명한, "Be realistic, demand the impossible."이라는 말을 삶의 모토로 삼고 살았다. 이상주의자처럼 커다란 것들을 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현실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며, 현실을 어쩌면 등 돌리기 위해 고단하게 살았다. 고단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을까, 언제가부터는 '현실적'인 것과는 담을 쌓고 살고 싶어 했다. 


그러나 다시, 아주 다시 현실에 내가 가진 것 말고 달리 보태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현실적'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며 이 고비를 넘기가 어려워 달리 행운을 찾고 싶었다. 타로 카드로 풀어낸 말에라도 수월할 거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으면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현실적이 되는 것 말고는 벗어날 길이 없다는 이야기가 거기에도 있었다. 


거듭 확인하며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루지 않을 것이라면, 새롭게 인연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면 열심히 살지 않아도, 고된 감정을 수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그러나 성장과 성취 없는 삶에서는 의미를 찾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관계의 부재 속에서 사는 삶이 좋은 삶인지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열심히, 부지런히, 그래서 피곤하게, 때로는 다소 고통스럽게, 지금처럼 살아낼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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