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개발, 개발을 삶]우리, 나, 남

(14-1) 우리 속에 나와 남이 있다

by Karpos Institute

내가 잘 사는 것이 남에게 이로울 순 없을까?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치적 수사가 있습니다. “우리”라는 범주 안에서는 같은 편이며, 같은 목적을 위해 하나가 된다는 암묵적인 관계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우리’라는 말은 종종, 내 편과 남의 편을 나누는 경계선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정말 모두를 포함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와 내 편”만을 가리키는 말인지, 그 차이를 우리는 종종 놓칩니다.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발표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결과를 읽으면서였습니다.

‘원조(Aid)’를 강조하던 시대를 지나, 2011년 부산에서 열린 OECD 제4차 고위급회의 이후 국제사회는 파트너십을 강조한 ‘개발협력(Development Cooperation)’으로 흐름을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2015년 SDGs가 UN 총회에서 채택되면서, 발전은 더 이상 공여국이나 협력국만의 목표가 아니라 모두의 목표가 되었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경험해오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최근 발표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6은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을 일구어가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UN이 공식 ‘랭킹’을 매기지는 않지만, 제프리 작스 등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매년 발간하는 비공식 보고서 '지속가능발전보고서(Sustainable Development Report, SDR)'는 각국의 목표 달성 수준을 비교해 보여줍니다.

SDR 대시보드에서 우리나라는 UN 회원국 193개국 중 3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건(SDG3), 산업·혁신(SDG9) 등 일부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진전이 두드러지고, 빈곤·교육·성평등·물/식수·청정에너지·불평등 감소·평화와 정의·파트너십 등은 여전히 과제가 있으나 점진적 개선 흐름을 보입니다.

https://dashboards.sdgindex.org/profiles/korea-rep/

3월 30일에 발표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6 역시 우리의 관점에서 이러한 실정을 해석합니다. 장기적으로 소득불평등 감소, 보건위기 대응, 신·재생에너지 생산, 도시와 주거환경 개선 등에서 개선이 이어져 온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고령층 빈곤, 성평등, 기후위기 극복과 생물다양성 보존 등의 영역에서는 추가 노력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46&list_no=435674&act=view&mainXml=Y

우리나라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점진적으로 SDGs 달성을 위해 노력해 온 ‘공여국’의 한 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의 개선은, 과연 다른 나라에도 도움이 될까?

SDR은 각국의 SDG 달성 수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각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Spillovers(스필오버)’ 지표로도 제시합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타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이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129위입니다. 즉, “우리의 발전”이 “다른 나라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https://dashboards.sdgindex.org/rankings/spillovers/

흥미로운 것은, 이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독일은 146위, 프랑스는 147위, 핀란드는 144위, 스웨덴은 149위, 노르웨이는 157위, 그리고 최대 공여국인 미국도 148위로 나타납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발전을 말하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 ‘우리’ 속에는 나만, 내 나라만 들어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발전이 너의 발전이 되어야 우리의 발전이 될 텐데요.

(14-2) 다음 글에서는 이 ‘스필오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통해 “우리의 발전”을 “함께의 발전”으로 바꿀 수 있을지 이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내가 나아지고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들의 행복은 어떤 의미가 될까요?

저 자신에게, 그리고 여러분에게 이 질문을 조심스레 건넵니다.


心知와 같이 세상을 마음으로 알고, 세상을 밝히는 촛불의 心指처럼 씁니다.

*** 본 계정의 글은 개인의 견해이며,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무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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