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감] 기다림과 희망

수요일에 쉬어가며 읽는 감상문-쉬어감 (6)

by Karpos Institute

최근에 Esperar라는 스페인어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다, 희망하다, 예상하다—보통 이런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스페인어 노래 중에 ‘Eres Tú’가 떠올랐고, 가사 속 ‘Esperanza’(희망)라는 단어도 함께 생각났습니다.

두 단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찾아보니, esperar는 라틴어 어근과 이어진다는 설명이 많더군요. 막연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라기보다, 원하는 결과가 올 때까지 머무르는 인내—수동성과 능동성이 겹쳐진 감각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희망(希望)’ 비슷한 결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한자 풀이를 보면, 앞날을 기대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한다고 설명되곤 하지요. 저는 그 설명을 읽으며, 희망이란 결국 ‘긍정적 미래를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기다리는 몸짓과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양과 동양,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을 비슷한 말로 붙잡아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시간을 참고 견디는 힘.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그 시간을 지나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마음. 표현은 달라도 의미는 닮아 있었습니다.

힘과 폭력이 주도하는 세상에서, 조용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기다림과 희망이야말로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진짜 힘이라는 응원처럼 느껴집니다.

희망을 품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듯, 이번 주 토요일에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경과를 살펴보려 합니다. 마침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가 3월 30일에 발표되었다고 하니, 그 내용도 함께 다뤄 보겠습니다.

참, 제가 떠올린 ‘Eres Tú’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Toda mi esperanza, eres tú, eres tú
내 모든 희망은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세상을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요즘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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