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연재를 마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by 준익

옆집 어미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으로

사료를 먹으러 온다.

몇 번 쫓아내기도 했지만

'마당냥이들 먹으라고도 놓는데'

하고 내버려 두었다.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과 더불어

내 눈에 보이니 그나마 안심되는 모양이다.


옆집에서 이사를 온다고 5개월 동안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이삿날에도 늦게까지 소란스럽더니

매일 모임이고, 날마다 파티였다.

단독주택이라 바로 옆인 우리 집에선

소음, 담배연기, 개 짖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말은 못 하고 나도 모르게 하나 둘 미운털을 박았다.


비가 억수 같이 오던 미약한 울음소리에 나가보니, 어미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4마리가

비를 철철 맞으며 웅크리고 있었다.

놀란마음에 아들이 우산을 씌우니 새끼 고양이들이 처마 삼아 우르르 모여들었다.

고양이 주인인 옆집 사람이 말하길 새로 산 파를 긁어서 밖에 내놨다고 했다.

쇼파를 긁어서 이렇게 비가 오는 밤에 젖먹이 새끼들이랑 쫓겨 나온 것이다.

옆집사람들이 오기 전엔 너무나 평화로운 동네였다.

내 소심하고 미련한 성격이 또 한 가지 걱정으로 화를 누르고 미움을 쌓았다.

그러던 중 다섯 마리에서 두 마리만 남았고,

수컷 고양이 한 마리가 발정이 나

우리 마당에 오는 고양이와 싸움을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괴성이 나고

암컷고양이가 겁을 먹어,

처음으로 옆집에 항의를 했다.

그동안 쌓인 감정을 최대한 쏟아부어서

목소리와 가슴이 덜덜 떨렸다.

그랬더니 보란 듯이 개울타리를 뒤집어

그 안에다 고양이를 가뒀다.

옥상 올라가는 길에 옆집 마당이 보이는데

가슴이 미칠 지경이었다.

급기야 안 보이는 쪽 계단으로 옮겨놓고

석 달이 지났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죄책감에 쌓여

옥상으로 올라간다.

관음증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 고양이의 안부를 쫒기 위해서.

비가 오고 날씨도 더운데 사료는 먹는지

물은 마시는지...

스스로 벌을 받은 거라 생각한다.

내 마음이 편안하지 못 한 벌을 옆집사람들이

준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많이 미워했다.

밤잠을 설치며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곱씹으며 제대로 상대하지 못 한

나 자신을 자책했다.

그런 후회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드니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고민이라

한심한 생각도 든다.

세상엔 의미 있는 고민으로 살아도 모자랄 판에 득도 없는 허상에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아

미움보다 이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보이지 않으면 그 미움도 점점 사라진다.

그리고 나에게 더 이로운 삶을 살면서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결심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굳이 내 인생 안에 들일 필요 없이 그냥 그대로 흘러가게 두기로 했다.


삶을 견디는 힘은 사소한 것에서 오고

삶을 버틸 힘은 작은 것들에서 온다고 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미워하는 마음은 곧 스스로를 옥죄는 .

타인에게 아픔을 주는 이에겐 반드시 자신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좋아하는 것, 행복한 것.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 남은 시간 보내며. 돌아봐도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사소한 작은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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