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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Apr 19. 2024

괜찮아, 엄마도 그랬어~!

넌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야!

오래된 사진에 박혀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다하는 절을 왜 나만 안 하고 멀뚱멀뚱 서 있는 거지?'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은 일곱 살 꼬마 5명이 앞에 앉아있는 엄마들에게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사진 속에서 나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혼자만 서있다.


사진 속 엄마의 표정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다음 사진에는 다른 엄마들과 같이 나를 힘껏 껴안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다.

그런 사진을 보면서도 항상 생각했다.

'분명 엄마가 나를 부끄러워했을 거야!'


어릴 때부터 부끄러움이 많던 나는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아직까지도 쉽지 않다.




아이들의 공개수업이 있는 오늘.

출근할 때 보다 더 분주하게 삼 남매를 등교시키고 안 신던 구두까지 꺼내 신었다.

삼 남매가 신나게 걸어갔을 거리를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연신 문만 바라보고 있었는지 창문에 비친 엄마의 모습에 바로 반달눈이 되어 웃으며 손을 흔드는 녀석들.


"오늘은 내가 잘하는 거를 뽐내는 대회를 할 거예요~"

선생님 말씀에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있는 아이들 표정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제저녁 야근을 하고 9시가 넘어 집에 오니 아이들이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이건 엄마랑 같이하고 싶어서 못했어요"

위원회가 있어 하루종일 쉼 없이 일을 해서 머리가 지끈지끈해 바로 눕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엄마랑 하고 싶어 안 자고 기다렸다는 마음이 느껴져 식탁에 같이 앉았다.

자기가 잘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종이를 노려보는 아이들.

자기들이 잘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친구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보며, 연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종이에 연필로 열심히 무언가를 적던 막둥이

자기 차례가 다가오자 뒤에 있는 나를 돌아보며 발표를 안 하겠다는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연신 복화술로 응답했다.

'할 수 있어! 해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막둥이가 갑자기 당황한 모습으로 입에서 이빨을 꺼내 보였다.

며칠 전부터 흔들리던 치아가 빠진 거다.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이빨만 쏙.(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발표를 시키려고 다가오던 선생님도 당황하시고 모두가 당황해서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교문 앞에서 "엄마"하며 신나게 달려오는 막둥이는

"발표하는 게 무서웠어, 근데 타이밍 좋게 이빨이 빠졌지 뭐야!"라며 나에게 안겼다.

그러고는 금세 친구들이 있는 놀이터로 총총 달려갔다.

친구들과 하하 호호 노는 모습을 보니  걱정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예전 사진 속 우리 엄마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거라는 거.


그리고 막둥이도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발표 잘하려고 열심히 고쳐 쓰고 노력하던 막둥이가 자랑스러웠다는 것을.


그리고 발표하는 건 누구나 두려울 수 있는 거니 막둥이의 두려운 마음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막둥이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고 멋진 아이라는 걸 엄마는 알고 있고, 막둥이를 항상 믿는다는 것을.


막둥아

넌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라는 멋진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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