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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Oct 29. 2024

9]내가 조개를 잡은 건지, 조개가 나를 잡는 건지

2024.10.29. 화요일


바람 부는 가을날

삼 남매와 갯벌체험을 나섰다.


비 오는 날이면 발이 조금이라도 젖는 게 싫어 양말에 운동화를 신는 나란 여자는

삼 남매와 함께 장화를 싣고 뻘이 들어가기를 감행했다.

(나이 마흔이 넘었지만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부분)


생각보다 뻘은 괜찮았고

나름 조개 캐는 스킬도 좋았던 나란 여자.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대천 조개잡이 밀물썰물로 인해 딱 1시간만 우리에게 허용되었다.

뒤늦게 들어가는 우리를 안타까워하며 재촉하는 주인장과는 달리

우리에 1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며 만족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뻘에서 나오는 찰나

둥이들은 길이 아닌 깃발을 넘어 뻘로 들어갔다.


"엄마~ 도아줘~"

이미 무릎까지 빠져있는 막둥이와 그 옆에서 허우적대는 딸내미

"이놈들! 어서 나오지 못해!" 하며 다가가니

"우리도 나가고 싶은데 안돼!" 하며 낄낄거리는 둥이들이다.

스멀스멀 화가 올라온다.

"장난치치 말고 나와!" 하며

성큼 성.... 큼...... 서어어...... 크ㅁ

'어 왜 이러지?'

내 다리도 점점 빠져들었다.

마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처럼 슬로모션으로 아이들을 잡아끄는 나와 허우적 대는 둥이들

결국 막둥이의 장화 한 짝이 장렬히 전사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막둥이에게 내 장화 한 짝을 내어주고 새로 신고 온 하얀 양말이던 까만 양말에 까치발로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역시 갯벌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하니 그걸로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어릴 적 꼬막을 쪄주면 양념되기도 전에 숟가락으로 꼬막을 까며 야금야금 먹던 나란 여자.

바지락 술찜을 겁나게 좋아하는 나란 여자.


그러나 조개 해감은 처음이다.

(이 또한 나이  마흔이 넘었지만 나에겐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을 뒤지고 친정엄마에게 확인하니 답은 간단했다.

"박박 문질러 소금물에 담가놔!"


박박 문지르니 나름 깨끗하다.

몇 시간 지나니깐 빼꼼히 조개들이 인사를 한다.

'오호 이거 어렵지 않은데!'

당장 삶으라는 친정엄마와 아직 해감이 필요해 보이는 나

결국 고집대로 아침에 소금물에 다시 담가놓고 출근한 나란 여자는 퇴근 후 알았다.


해감도 내 스타일이 아니란 걸


퇴근 문을 열자마자 알쏭달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https://m.blog.naver.com/kash333/223627927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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