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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옹 Oct 30. 2024

10] 곱창을 먹으며 울고 웃었다

2024.10.30. 수요일


나는 곱창을 좋아한다.


9년 전

질겅질겅 고무 같은 곱창을 씹으며 울었다.


https://brunch.co.kr/@kash333/15


오늘은

그 고무 같던 곱창이 살살 녹는 솜사탕 같다.






딸내미는 또래보다 키도 크고 배도 통통하다.

6살까지 영유아검진을 하면 한 자릿수가 나왔던 딸내미가 통통해질수록 나는 걱정보다는

"우리 귀여운 똥돼지~" 감사했다.


딸내미가 2학년이 되면서 이마에 좁쌀 같은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볼록 튀어나와 귀엽던 배는 걱정거리가 되었고, 무언가 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엄마의 자격이 박탈될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인터넷 검색은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고, 바로 근처의 대학병원에 예약하기에 이르렀다.


진료에서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며 3개월 단위로 지켜보자 했다.

2학년 겨울방학쯤 다음 진료 때는 성조숙증 검사를 하고 바로 주사치료가 들어가는 게 좋다는 소견을 주셨다.

딱히 검사를 한 것도 아니고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느낌도 아니었기에 또다시 나는 무한 검색의 늪에 빠졌다.


이왕 주사치료를 해야 한다면 전문가에게 하고 싶어 잠실에 있는 전문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급하지 않다며  3개월 단위로 진료만 보자 해서 마음이 놓였다.

(갈대 같은 엄마마음)


3개월마다 체중만 유지하면 된다 하여 열심히 운동을 해서 갈 때마다 칭찬을 받았다.

그러다 이번달 진료에서는 3학년 생일까지만 보험적용이 되니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소견을 주셨다.

'올 것이 왔구나'

주사가 겁나서 열심히 운동했던 아이를 겨우 설득해서 2주 전에 검사를 하고 오늘 검사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9년 전

임테기에 두줄이 나와서 기대에 찬 마음으로 신랑 직장이 있는 잠실에서 신랑을 만나 병원에 가기로 했다.

신랑이 조퇴를 하고 나오기로해서 혼자 카페에 앉아서 책을 봤다.

그때 그 몇십 분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진료를 보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자궁 외 임신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곱창을 먹으러 가서도 맛을 즐기지 하고 울었다.


오늘 

우리는 병원 진료를 보러 가면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 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갔다.

끝나고 맛있는 곱창을 먹자던 신랑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쪽은 주사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았다.

예약시간보다 늦게 가는 바람에 10분은 더 대기를 하고 만난 의사 선생님.

"다행히 생각보다 수치가 높지 않아요"를 시작으로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행히'라는 한마디에 우리의 눈은 금세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배고파', '곱창'이라는 단어가 팝콘처럼 튀겨져 나왔다.


오만가지 들던 생각은 단숨에 한 단어로 변환되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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