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아옹 Oct 24. 2024

7] 피리 부는 사나이

2024.10.24. 목요일


한 달 전부터 둥이들 학교에서 음악 수행평가로 리코더 발표를 한다고 안내문이 왔다.


딸내미는 혼자서 틈틈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막둥이가 리코더를 잡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하루 이틀

점점 실력이 느는 딸내미와 달리

한번 연습하고는 끝! 하는 막둥이의 리코더에서는 삑삑 소리만 울려 퍼졌다.


드디어

수행평가 전날.

양심은 있는지 리코더를 잡아든 막둥이


삑삑!


"내일이니깐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연습하면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삑삑!


딸내미는 소리가 잘 나는데 자기는 리코더가 이상하다며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는 막둥이다.


자기도 잘하고 싶지만, 실력이 없으니 그냥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막둥이.


"아들!

이건 배추가 아니야. 

너랑 OO이가 차이 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렴"


연습했는데 안 되는 거라며 억울하다는 막둥이에게 최대한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막둥아! 그냥 이루어지는 건 없어, 이건 못하고 잘하고의 차이가 아니야~ 연습량의 차이지, 너도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아니라며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액체를 내뿜으면서도 포기는 하지 않고 연습을 하는 막둥이를 지켜보며 마음이 요동쳤다.


힘든데 그만하라고 이야기를 할까.

아니지,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기쁨을 느껴보게 하는 게 엄마의 역할이지.


두 가지의 마음이 양쪽 귓가에서 속삭였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우는 아이옆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응원을 했다.





다음날


"엄마! 너무 긴장해서 '도'소리가 자꾸 이상하게 나서 망했어!"라며 속상해하는  딸내미와

그 옆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나는 생각보다 잘 나왔는데~"하는 막둥이


언제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큰 법이니깐.

급하게 나를 위로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6] 마흔 넘은 여자에게 필요한 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