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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시절인연은 늘어난 고무줄이다.
누구에게나 시절인연은 있다.
by
우아옹
Feb 27. 2023
질끈 묶은 머리끈을 푸를 때 간혹 고무줄이 길게 늘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에잇'하며 확 잡아당기면 그것으로 고무줄의 쓰임은 끝이 난다.
아무리 예쁘게 다시 묶어보려 해도 이전만큼의 단단함을 줄 순 없다.
하지만 '에고'하고 조심스럽게 놓았다가 다시
풀면
그
고무줄은 여전히 나에게 유용한 물건이다.
시절인연도 그렇다.
어떠한 이유로 만나고 서로를 응시하다가도 간혹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에잇'해버리면 늘어난 고무줄처럼 그 인연은 끝이 난다.
아무리 다시 잘해보려고 해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긴 어렵다.
45년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절인연들이 나를 스쳐갔다.
기억하는 시절인연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인연이 더 많을 것이다.
기억된 시절인연이란 내 마음을 아프게
했거나 아쉬움이 남는
인연들이다.
얼마 전 지나간 시절인연
덕에
참으로
힘들었다.
'뒤통수 제대로 맞았구나'
'어른들의 우정이랑 정말 종잇장보다 가볍구나'라는 생각에 고무줄이 늘어난 이유를 온통 그 인연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그
인연과의 만남을 후회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시절인연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결이 맞는 좋은 인연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때의 그 인연에 대해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고
나를 위로해 본다.
그리고 괜찮다고
용기 내보라고 말해본다.
다시 만난 결이 맞은 인연들과는 시절인연이 아닌 좋은 인연 이어가도록 힘쓰면 될 뿐이라고.
혹여나 다시 시절인연이 된다 해도 '그 사람은 참 좋았어'라고 기억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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