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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은 늘어난 고무줄이다.

누구에게나 시절인연은 있다.

by 우아옹


질끈 묶은 머리끈을 푸를 때 간혹 고무줄이 길게 늘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에잇'하며 확 잡아당기면 그것으로 고무줄의 쓰임은 끝이 난다. 아무리 예쁘게 다시 묶어보려 해도 이전만큼의 단단함을 줄 순 없다.

하지만 '에고'하고 조심스럽게 놓았다가 다시 풀면 고무줄은 여전히 나에게 유용한 물건이다.


시절인연도 그렇다.

어떠한 이유로 만나고 서로를 응시하다가도 간혹 '이게 뭐지?'라는 생각에 '에잇'해버리면 늘어난 고무줄처럼 그 인연은 끝이 난다.

아무리 다시 잘해보려고 해도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긴 어렵다.


45년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절인연들이 나를 스쳐갔다.

기억하는 시절인연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인연이 더 많을 것이다.

기억된 시절인연이란 내 마음을 아프게 했거나 아쉬움이 남는 인연들이다.




얼마 전 지나간 시절인연 덕에 참으로 힘들었다.

'뒤통수 제대로 맞았구나'

'어른들의 우정이랑 정말 종잇장보다 가볍구나'라는 생각에 고무줄이 늘어난 이유를 온통 그 인연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더 억울하고 인연과의 만남을 후회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연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나도 그런 시절인연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결이 맞는 좋은 인연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그때의 그 인연에 대해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없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고 나를 위로해 본다.


그리고 괜찮다고 용기 내보라고 말해본다.

다시 만난 결이 맞은 인연들과는 시절인연이 아닌 좋은 인연 이어가도록 힘쓰면 될 뿐이라고.

혹여나 다시 시절인연이 된다 해도 '그 사람은 참 좋았어'라고 기억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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