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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다
어쩌다 고위험 산모 1
쌍둥이의 이벤트
by
우아옹
Mar 5. 2023
만 35세 이상
쌍둥이
자궁경부길이 2cm 이하
쌍둥이를 임신한 지 정확히
28주 만에
그녀는 고위험 산모가 되었다.
27주 정기검진 전날이었다.
첫째 아이 출산용품으로 산 체온계를 처음 자신에게 사용해 본 그녀의 온도는 38.2도
무지한 그녀는 임신 중엔 어떠한 약도 먹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었다.
진통도 아닌데 30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찾던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미련하게 버텼다.
다음날 정기검진이 아니었다면
집에서
너무 빨리 아이들을 만났을 그녀다. 아찔하게도.
로켓처럼 튀어나온 배를 움켜잡고 기우뚱기우뚱 검진실로 들어갔다.
정밀검진은 바른 자세로 누워 차디찬 쇠덩이에 크림을 잔뜩 바르고 배를 휘이휘이 젓는 걸 말한다.
숨바꼭질하는 두 젤리곰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아야 하니 1시간은 꼬박 누워있어야 한다.
그녀는 또 무식하게 참고 있었다.
정밀검진 선생님과의 1시간 사투를 버티고 저린 다리를 연신 주무르며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열이 나는데 참으면 어떡합니까? 당장 큰 병원 가보세요."
다행히 그녀의 정보력은 뛰어나다.
쌍둥이 임신을 안 순간부터 무한검색으로
쌍둥이 출산엔 이벤트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약하고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아산병원 교수님의 진료를 임신 7주에
미리
예약해 둔 꼼꼼함이 그녀를 살렸다.
"다음주가 예약인데요. 지금 당장 큰 병원을 가라 하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전화로 울먹이는 그녀에게
점심시간 전까지
오면 오전 마지막타임에 봐주겠다는
다정한
멘트를 날려주는 간호사님. (당신은 천사인가요?)
그녀는 당장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검사결과 양수가 너무 많다고
양수
빼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양수가 부족해서 위험하다는 말은 들었어도, 많아서 빼야 한다는 말은
정보력
가득한 그녀의 머릿속 어느 파일에도 없던 내용이다.
"당장 입원하세요"
"입원은 안 할래요"
큰 병원에서의 권유 아닌 강요는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녀에게도 이유는 있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 없는 첫째 아이.
본인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단호한 그녀를 쳐다보는 교수님 눈빛엔 "후회할 텐데"라는 표정이 보였다.
"2주 후에는 입원준비해서 와야 할 거예요"
교수님은 틀렸다.
딱 일주일 만에 그녀는 배를 움켜잡고 응급실을
제 발로
찾아갔다.
지금 함께 하는 첫째 아이만큼 소중한 뱃속에 두 생명을 위해.
쌍둥이도 처음. 고위험 산모도 처음.
어쩌다 처음투성인 입원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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