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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sslee Feb 03. 2022

버리는 이유는 한국과 같은데… 왜 ?

'동그람이: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에 연재된 글입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울까?

친구들이 무심코 던진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네 인생을 걸고’ 결정하라고 진지하게 답한다. 반려견을 데려오면, 그 녀석은 앞으로 10년여 년 간 삶의 한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반려생활이라는 것은 이사, 결혼, 출산, 심지어는 예기치 못한 투병 생활과 같은 신상 변화에도 동물과 함께 하려는 반려인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 글에서 말한 것처럼 오스트리아에는 유기견이 거의 없다. 빈 시내에서 ‘분실’ 상태로 공고된 반려견은 10여 마리뿐이고,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기관 티어크바티어(Tierquatier)에는 개 51마리, 고양이 29마리가 지내고 있다. 티어크바티어의 총면적은 9,700 m²(약 2,934평). 3,000평 가까이 되는 넓은 부지에서 100마리도 안되는 개와 고양이들이 지내는 만큼, 보호소의 환경은 쾌적하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철저한 반려동물 신고, 등록 제도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등록하면 세금도 내야 하기 때문에 등록한 반려동물을 유기한 뒤 잡아뗄 수도 없다. 버린 반려동물을 위해 세금을 계속 내고 있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구 180만 명의 도시 빈에서 길거리를 떠도는 개나 고양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빈 시가 직접 운영하는 동물보호기관 '티어크바티어'의 모습. 3,000평 가까이 되는 넓은 부지에 개와 고양이는 단 80마리뿐이다.



길에 유기되지 않을 뿐, '버려지는 동물'은 있다

그렇다면 티어크바티어에 있는 80여 마리의 동물들은 모두 어디서 온 것일까? 반려동물 관련 제도가 잘 갖춰졌다고 해도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있게 마련이다. 다만 등록제도가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책 없이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위가 없을 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못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파양하기 위해 동물보호소를 찾는다.

물론 동물보호소가 개인이 포기한 반려동물을 인도받을 의무는 없다. 보호 비용을 기부금 명목으로 내고 반려동물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부금을 내야 하는 조건도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기관의 재량껏 받는다. 보호소에서도 파양 관련 기부금에 대해서는 흔쾌히 알려주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고, 마치 반려동물을 버리는 대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를 겪은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보려 해도 수지의 친구들은 대부분 책임감이 강한 반려인들이 보호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 부분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다. 다만,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사정에 처할 때면 바로 보호소를 찾기보다 친척이나 이웃 등 주변 사람을 통해 반려동물을 키워줄 사람을 찾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 사람만 있을 뿐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금전거래가 없더라도 인터넷으로 반려동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모르는 사람에게 반려동물이 인도되는 사례 역시 드물다. 어쩔 수 없이 파양을 선택하는 상황에서도 반려동물 걱정을 크게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반려동물을 절차에 따라 파양하는 사례는 있어도 길에 떠돌도록 버리는 사례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위키피디아

근본적인 차이는 결국 '인식 문제'다

오스트리아에서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물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들을 위한 정보제공 사이트 티어하임훈데 아우프훈데스퓨러(Tierheimhunde auf-hundespur)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버려지는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이사 : 새로 이사하는 집에서 반려동물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

2. 가족 변화 : 이혼, 별거, 자녀 출산

3. 질병 또는 사망 : 반려인 외 다른 돌볼 수 있는 가족이 없을 때

4. 경제적 이유 : 반려동물에게 드는 비용이 예상보다 클 때

5.문제견 : 반려인이 교정할 수 없는 문제를 가졌을 때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말하는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이유’가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와 비교해 볼 때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도 신상의 변화 때문에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처럼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을 버리는 행동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은 아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유는 큰 차이가 없지만,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비율은 오스트리아가 압도적으로 낮다. 

오스트리아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한 슬로바키아의 유기견들. 오스트리아 동물보호소에서 사는 동물들은 대부분 인접국에서 구조한 동물이다.

더군다나 오스트리아 동물보호소에서 보호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물보호법이 느슨한 인접국에서 구조한 동물들이다. 결국 오스트리아에서는 반려동물을 길에 버리는 사람은 없다시피하고, 반려동물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한 다음 동물보호소에 맡기는 사람들도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못지않은 경제 수준을 갖고 있음에도 보호소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해 보호하던 동물을 안락사해야 하고, 해외의 입양자를 구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국은 제도만큼이나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오스트리아는 헌법에 ‘인간은 생명체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동료 생명체’인 동물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한 나라가 아니던가. 헌법에 그런 문장이 있다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소유하는 대상’이 아닌 ‘동반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나라라면 동물과 함께 사는 것도 신중히 생각하고, 평생을 책임진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할 것이다. 한국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 자체가 바뀔 날은 언제쯤일까? 먼 타국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밤을 보내며 글을 마무리한다.


글·사진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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