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성을 갖게 한 용기 놀이
안녕하세요. ‘용기(容器, 勇氣, 蛹期...)’ 작업을 하고 있는 김호경 작가입니다.
용기 작업이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용기(勇氣)의 기(氣)는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생명 에너지’이며, 바람, 숨, 우리 속에서 움직이는 생기이기에 ‘용기’를 ‘생명력(에너지) 있게 삶을 사는 것!’으로 재정의 했습니다. 나는 내 삶에서 의미 있는 추상적 단어들을 재정의 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현재 좋은 기운(Good Energy)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가장 좋은 기운은 사랑(Love Energy)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용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용기가 뭐지? 용기는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지?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일까? 한번 용기를 내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계속 용기를 내지? 용기가 재미있다면 좀 더 용기를 내기가 좋지 않을까? 재미있는 용기는 없나? 웃기는 용기는 없나? 용기놀이를 하면 어떨까? 그래서 용기놀이를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놀이’에 대한 개념도 참 협소한데 내가 말하는 ‘놀이’는 작업, 연구 등을 말한다.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일 보다는 놀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내 미술작업은 어려서부터 미술놀이를 한 습관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어서 더 그렇다. 나는 ‘놀이’를 누구나 그 전체 인격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창조 활동의 근간으로 보기에 미술체험, 미술놀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여기서 ‘창조적’이라는 것은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한 개인이 자아를 발견하는 것은 창조적인 존재가 됨으로써 가능하다. 미술작업은 내 마음에서 어떤 느낌이 일어나는지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그로 말미암아 내가 내 느낌의 주인이 되고, 내 느낌의 주인이 됨으로써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기쁨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하는 동력이 된다. 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자아실현 욕구로, 이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것을 무시하게 되면 어떠한 풍족한 물질적 풍요로도 채울 수 없기에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리고 놀이는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든다. 의사소통은 사람들 간에 생각이나 감정 등을 교환하는 총체적인 행위이다. 소통은 구어(oral language: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말)나 문어(written language:문장에서만 쓰는 말)를 통한 언어적 요소는 물론 제스처나 자세, 얼굴표정, 눈 맞춤, 목소리, 억양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실제 소통할 때 말로 하는 것은 7% 이며, 93%가 몸짓 언어(body language_목소리, 태도, 표정, 눈빛, 움직임)라고 한다. 눈빛과 몸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에 갔을 때도 바디 랭귀지로 일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말을 잘 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말은 잘 해도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 있다. 그 사람의 말과 표정이 다르면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내가 말하는 것을 듣는 사람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매우 많다. 각자가 살아오면서 쌓아 온 생각 위에서 상대의 말을 듣기에 화자가 말하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이유다. 어떤 층위가 다른 것이다. 이렇게 소통에는 세심함이 필요하므로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소통은 아예 안 되는 것이라고 단정 짓기도 한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이럴 때 놀이를 하면 의사소통이 원활해진다. 어린 시절부터의 자유로운 놀이 활동과 함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내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미술교육이나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때도 놀이와 대화를 적극 활용한다. 대학교 때 내가 단어 놀이를 하면서 자유롭게 작업하는 것을 보고 나와 친하게 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나 같은 사람을 처음 봤다며 신기해했었다.
용기 작업도 오브제 작업과 함께 용기 놀이로 단어 찾기를 하며 시작했다. 내가 어려서부터 하던 단어 놀이 중 하나였다. 동서양에서 ‘용기’가 어떤 식으로 언급되어 있는지 찾아보았다. 뭔가 ‘용기’의 원류를 찾는 느낌이어서 고전부터 뒤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 작업을 집중적으로 하는데도 3년이 소요되어 2006년에 첫 번째 '용기'전시를 하게 된다. 이후 독서와 작업, 유럽문화예술탐방, 개인전과 해피용기프로젝트 전시를 하면서 1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내가 왜 용기 작업을 하는지, 용기작업으로 사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용기작업으로 무엇을 할지 등에 대한 생각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