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초 만에 39만 원짜리 장난감이 박살 났다

FPV드론 실물 영접기

by 오류 정석헌

“이게 어제 얘기하신 79,000원 짜리에요?”

“아니요, 390,000원짜리요.”


204호 교육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교관님이 가방에서 드론을 꺼내 보여주셨다.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의 드론은 아래로는 주황색 프로펠러가 4개 달려있었고 위에는 새끼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카메라가 쫑긋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카메라 밑으로 GPS 수신기와 전선, 배터리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으로 받아 들고 요리조리 돌려가며 390,000원짜리 비싼 장난감을 신기한 듯 쓰다듬었다. 이어서 고글을 꺼내 건네는 교관님. 고글과 드론이 합쳐지니 꽤 값이 나가 보였다.


“FPV(First Person View)는 일반 드론과 기동 방법이 달라요. 위에 달린 카메라가 45도 정도 위로 향해있죠? 이 말은 카메라를 수평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살짝 앞으로 기울어져서 비행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해가 잘 안 되시죠? 제가 한번 보여드릴게요. 왼쪽 검지 손가락 쪽 스위치를 올리면 시동이 걸려요. 보세요.”


스위치를 올리자 삐삐 소리가 났고 슈웅 하는 소리와 함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교관님이 조종 스틱을 건드리자 엥 소리를 내며 기체가 살짝 지면에서 떴다. 그리고 천천히 상체를 숙인 상태로 앞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0.1초 만에 1미터를 수직 이륙했다가 교실 책상 사이로 미끄러지듯 하강했다. 그 모습이 눈앞에서 뿅 하고 사라지는 레이싱 오토바이 같았다.


“일반 드론은 전진하려면 엘리베이터를 올리잖아요. 그런데 FPV는 전진하려면 쓰로틀을 올려줘야 해요. 기존 드론처럼 전진 레버를 올리면 FPV는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돼요.”


교실 책상 사이에 있던 FPV는 교실 제일 뒤편까지 슉 날아갔다가 다시 반시계방향으로 교실을 돌아 칠판 옆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다시 교관님 옆으로 고개를 숙이며 서서히 다가왔다. 초대형 벌 한 마리가 다가오는 듯한 공포감마저 일었다.


“한 번 해보시겠어요?”

“네? 진짜요?”


비싼 장난감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조종관을 받아 들었는데 걱정이 앞섰다. 망가지면 어떡하지? 괜히 만졌다가 물어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눈빛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교관님을 바라보는데 교관님은 그걸 읽으셨는지 한마디 거드신다.


“괜찮아요.”


왼쪽 검지 손가락 쪽에 스위치를 위로 탁 켰다. 쉬익 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잠깐 전에 들은 바대로 쓰로틀 레버를, 그러니까 왼손 엄지 손가락 쪽에 위치한 스틱을 살짝 올렸다. 1cm 아니 0.5cm 정도 움직였을까, 드론이 씽하면서 출입문에 쿵하고 부딪혔다. 0.3초 만에 펼쳐진 사고였다. 문에 부딪힌 드론에서 주황색 프로펠러 두 개중 하나는 교실 뒤편으로 다른 하나는 우측 3미터쯤 날아갔고 본체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추락했다. 팔에 털이 삐쭉 서는 느낌이었다. 전광석화 같이 조종관 스틱을 바닥에 내려놓고 프러펠러 두 개를 주워 정중하게 교관님 앞에 섰다. 눈에는 미안함을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을 허리는 90도 정도 숙여 공손함을 두 손은 본심이 아니었을 입으로는 죄송함을 담아 프로펠러를 원래 주인에게 전달했다. 교관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프러펠러를 받아 들더니 드론에 하나씩 끼워 넣었다.


"괜찮은 건가요?"

"네, 괜찮아요.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저도 자주 이래요. 이렇게 다시 끼워주면 되니 아무 문제없어요."


이 말을 듣고 0.3초 만에 390,000원 장난감을 부수었다는 죄책감도 안도했다. 진짜 정말로 다행이었다. 식은땀도 멈췄다.


"자, 그럼 다시 시뮬레이션을 좀 해볼까요?"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도 여전히 미안함이 가시지 않았고 괜히 만졌다는 자책감이 한데 몰려왔다. 교관님께 점심을 사면서 다시 한번 사과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한심한 듯 왼손가락을 앞으로 뒤로 올려보며 다음엔 더 신중하자고 속으로 얘기했다.


엘리베이터, 러더, 에일런, 쓰로틀. 적어도 오늘 경험으로 엘리베이터와 쓰로틀은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엘리베이터는 전진, 쓰로틀은 상승이다. 아,,,,반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