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을 채 못 날았는데

삶에는 반드시 멈춤이 필요하고 자신을 지켜봐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by 오류 정석헌

“잠시만요, 비행 중지할게요”


비행장 왼편에 서있던 교관님이 다급하게 외치며 비행을 멈출 것을 요청했다. 급기야 내 조종기를 받아 들고 는 10초 만에 드론을 시작 위치에 착륙시켰다. 이륙한 지 10분도 되지 않았고 드론은 조종석에서 30미터쯤 떨어진 원주 비행 12시 구간을 지날 때였다.


이론 수업 시간에도, 실습 첫 시간에도 안전 유의 사항을 배웠다. 특히 강조했던 부분은 즉시 착륙해야 하는 3 가지 경우였다. 먼저, 조종기에 진동이 울리면 비행을 멈추고 최대한 빠른 시간에 원점으로 회향해야 한다. 드론이 15분을 날면 배터리 상태에 따라 절반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히 회향하는 것이다. 조종기는 1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다. 다음은 GPS 경고등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면 회향해야 한다. GPS경고등은 배터리가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면 노란색, 1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면 빨간색으로 바뀐다. 이 또한 얼마 후에 기체가 추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마지막은 조종기 경고음이다. 조종기에서 경고음이 울린다는 건 앞의 2가지 경우를 인지하지 못한 조종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 더 이상 비행이 불가하니 즉시 착륙해야 함을 알리기 위해 경고음, 진동과 함께 음성으로 메시지가 나온다. 이때도 착륙시키지 못하면 드론은 추락하고 만다.


다급히 교관님이 조종기를 빼앗아 긴급 착륙을 시킨 건 조종기에서 경고음과 함께 음성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난 비행에 열중한 나머지 그걸 놓쳤던 것이다. 조종자 대기실로 들어와 드론에서 분리한 배터리의 전압을 체크했더니 배터리 한쪽이 4퍼센트 다른 한쪽은 70퍼센트 상태였다. 교관님은 알아서 착륙시키겠지 했는데 계속 비행하는 나를 발견하고 비상 착륙을 진행시킨 것이다.


만약 교관님이 옆에 없었다면 어땠을까? 다음 상황은 불 보듯 뻔했을 거었다. 나는 주황색 안전모도 벗지 않은 채 잠시 생각에 빠졌다. 4퍼센트 남은 상태의 배터리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일만 하다 심장의 조임을 경험했던 때가 떠올랐다. 우리 몸은 자체적으로 회복과 치유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리듬이 완전히 고장 나면 회복이 안되게 된다. 몸이 고장 나버린 것이다. 이런 상태를 소진이라고 한다. 소진 상태가 되면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뭘 해도 피곤하게 느껴진다. 한데 이런 소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외부에서 억압과 달리 내부 억압으로 자기 착취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 더, 더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에너지가 고갈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만 한다. 그 끝은 무엇일까? 질병 아니면 소진일 것이다. 몸에 에너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자신은 그런지도 모른 채 일하다가 결국 소진으로 생을 마감할 것이다.


오늘 비상 착륙 상황을 겪으면서 새삼 느낀다. 삶에는 반드시 멈춤이 필요하고 자신을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을. 만약 교관님이 옆에 있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하기 싫다. 다행히 교관님 덕분에 사고 없이 기체는 착륙했고 다음 비행을 이어갈 수 있던 날이었다. 교관님은 단순히 비행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었다. 남은 비행에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드론이 보내는 신호에 더 집중해야겠다. 물론 내 몸도 마찬가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