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비행 루틴의 중요성

루틴은 실패할 틈을 만들지 않는다

by 오류 정석헌

전날 폭우로 드론 비행장에 바닥에 안개가 사뿐 깔렸다. 조종자 대기실 창문에 맺힌 이슬은 밖의 습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아침 7시, 조종석에서 바라본 인천 상공회의소 뒤편 아파트가 약간 흐려 보인다. 가시거리는 약 1km 정도가 못됨을 어림잡아 알 수 있다. 드론 비행장 바닥의 초록 풀들이 한껏 이슬을 머금고 습한 냄새를 내뿜는다. 촉촉이 젖은 흙냄새는 덤이다.


드론 실기 시험은 아침 7시부터 시작이다. 시험 순서는 랜덤으로 배정된다. 내가 1번으로 시험을 볼 수도 있고 마지막 순서로 시험을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아침 7시에도 드론을 날려보는 경험은 필수다. 바람은 매 시간 다르기 때문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도착한 드론 비행장은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가 딱 지금의 내 상태와 같았다.


무인멀티콥터 실기 비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루틴의 연속이다. 처음엔 실기 시험을 위해 만들어진 루틴이라고 생각했었다. 비행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만들어진 루틴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루틴 쪽으로. 또한 안전에 관계된 일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루틴화된 일상을 지키며 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항공기 조종사, 지하철 기관사, 버스 운전기사, 관제사등이 그렇다.


루틴은 비행장을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출근 체크다. 이이서 비행장안에 들어와서는 비행 로그 기록지를 작성한다. 이름과 날짜, 첫 비행시간, 오늘 비행할 내용을 쓰고 서명을 한다. 여기까지 한 뒤 자신에게 맞는 안전모를 찾고 완충된 배터리를 배터리팩에 고정시킨다. 그리고 교관님께 조종기를 건네받은 뒤 대기실 밖으로 나간다. 대기실 문을 열었더니 습한 기운이 나를 반긴다. 잠깐 더 쉬고 나갈까 고민하다 조종기를 품 안에 꼭 안고 운동장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비행 전 기체 점검 실시.”


벌써 10번이 넘게 반복해서 그런지 낯선 구호가 점점 익숙해짐으로 변한다. 비행하기 전에도 루틴이 존재한다. 기체점검, 메인 프레임, GPS점검, 약재통, 랜딩기어 순으로 드론을 만져보며 상태를 체크한 뒤, 조종기를 점검한다. 조종기의 조종관 이상 유무, 스틱 작동 유무까지 점검하고 조종기를 켠다. 다음은 배터리 연결이다. 배터리를 연결하면 삐리리 하는 연결음이 들리고 드론 정 중앙에 LED등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빨간 불이 녹색불로 바뀌고 연속 세 번 녹색불을 확인하면 GPS연결이 완료된 것이다.


"조종자 위치로."


기체 위치에서 안전거리 15m 밖이 조종자의 위치다. 여기서도 루틴이 있다. 조종자가 조종 위치에 선 후 가장 먼저 하는 건 비행장 안전 점검이다. 드론 왼편, 오른편에 장애물이 있는지 확인한 뒤 풍향 풍속을 확인한다. 다음은 가시거리 확인이다.


"이륙 준비 완료."


드디어 이륙 준비까지 끝이 났다. 이륙한 뒤에도 루틴이 더 있다. 이륙한 뒤에도 조종기와 드론의 연결상태가 양호한 지 체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기체 시동한 뒤 프로펠러 점검 후에 드론을 공중에 띄운다.


“이륙”


드디어 이륙이다. 이륙한 뒤에도 조종관 점검 루틴이 있다. 조종관 오른쪽 엘리베이터(전진/후진) 스틱 체크, 에일런(좌/우) 스틱 체크, 조종관 왼편 러더(좌/우) 스틱 체크까지 마치면 끝이다. 조종관을 잡은 두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편안하게 배 위에다 조종관을 파지 하고 연습 비행을 시작한다. 지난 연습 때 불편한 자세가 비행엔 더 좋다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얼른 양팔을 겨드랑이에서 뗀 후 약간은 불편한 자세로 오늘의 첫 비행을 시작한다.


"슈우 우웅~~~~~"


드론이 어서 날고 싶다며 안달 내는 소리를 낸다. 25킬로그램짜리 기체는 안개 낀 하늘도 문제없다며, 습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언제든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다 말하는 것 같다.


왜 드론 비행에는 이렇게나 많은 루틴이 존재할까 생각해 봤다. 이론 교육 첫 시간에 전달받은 프린트에 빼곡하게 적힌 구호와 상세 설명은 자그마치 A4 종이로 4장이나 되었다. 눈으로 쓱 훑어보고는 쓸데없이 이런 걸 나눠주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드론 비행이란 게 그냥 조종기를 켜고 배터리를 연결해서 띄우면 되는 거 아닌가 라면서.


하나 실습 비행이 시작되고나서부터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모든 루틴 하나하나가 반드시 필요함을 몸소 느꼈다. 더욱이 얼마 전 갑자기 비상착륙을 경험해 본 뒤로는 더욱더 절실하게 다가온다고나 할까. 비행전이든 비행 후든, 이륙전이든, 이륙 후든 이런 루틴을 만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유는 바로 조종자의 '안전'이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 안전한 착륙을 위해 일부러 루틴화를 시킨 것이다. 사람은 익숙해지면 의외로 안전에 개념이 사라진다. 자동차 운전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처음에는 온몸이 긴장해 운전을 했더라도 차츰 익숙해지면 운전하다가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는 지경에 이른다. 익숙함이 안전에 대한 생각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드론은 공중에서 떠 있는 상태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생기면 가속화가 일어나 더욱 큰 충격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직선으로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해서 떨어지는 곳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사람 많은 곳으로 떨어질지, 자동차 위로 떨어질지, 어떤 사고를 낼지 말이다. 때문에 철저하게 루틴화를 만들고 입으로 외치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올리도록 설계된 것이다.


사전에서 루틴(Routine)이라는 뜻을 찾아보면 일을 하는 정해진 순서와 방법이라고 나온다.


"루틴을 가진 사람은 실패할 틈이 없다."


보도새퍼의 책 <<멘탈의 연금술>>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루틴이란 실패할 틈이 생기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하늘에서 실패할 틈이 생기지 않는다는 건 바로 성공적인 비행을 의미한다. 결국 성공은 루틴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도 귀결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은 반드시 지키는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사는 것은 아닐까? 드론 루틴을 배우며 삶의 루틴도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요즘 나는 어떤 루틴을 지키며 사는지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