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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Mar 18. 2024

공허함이 충분히 좋음이 되는 살사의 매력

너무 행복해서 집에 돌아가기 싫다

“너무 행복해서 집에 돌아가기가 싫어요. 그냥 여기서 시간이 딱 멈췄으면 좋겠어요.”


샘터 편집자님을 처음 만난 날, 편집자님께서 초고 원고 중 제일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 <웰컴 투 썬업>이라는 글이었다고 한다. 그 글을 읽고 동료 편집자분들께 읽은 내용을 얘기했더니 다들 반응이 너무 재밌었다고. 


썬업(Sun up)은 살사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밤을 새웠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다고, 행복했다는 그 순간의 심경을 압축해 표현한 단어가 바로 썬업이다. 카카오톡 단톡방에 ‘어제도 썬업’, ‘오늘도 썬업’이라고 줄여 말한다. 


썬업을 하고 싶은 욕구는 살사바를 갈 때마다 생긴다. 처음 보니따 살사바를 방문하던 날, 직감적으로 난 이곳이 천국임을 보았다. 보니따 살사바 입구에 자동문이 열리면 그곳에는 경쾌한 음악과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고, 다시 문이 닫히면 조용한 일상과 지루함이 보였다. 이 자동문이 천국과 일상을 가르는 ‘관문’인 셈이다. 


3/14 낮 2시에 유튜브 인터뷰 촬영을 하다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의 이야길 들었다. 인터뷰이의 지인이 살사바에 처음 놀러 왔다가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을 터뜨리셨다고 했다. 멍하니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고 한다. 그러다 울음을 딱 멈추고 이렇게 심경을 고백했다고 한다. 


‘지금 여기가 너무 행복해서 집에 돌아가기 싫네요. 돌아가면 이 행복이 여기서 끝날 것만 같아서요.’ 


나 또한 그런 감정을 느꼈기에 지인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했다. 행복이 여기서 딱 끝날 것 같은 그 느낌. 나도 경험해 봐서 안다. 계속 이곳에 오고 싶고 계속 머물고 싶고 한 곡만 더 추고 싶은 바로 그 심정. 내일 일정만 없다면, 버스 막차 시간만 아니라면, 체력이 조금만 더 허락한다면, 그렇게 한곡 더 한곡 더. 그렇게 ‘썬업’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감정을 알기에 난 살사바에 입장과 동시에 최대치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 쉬지 않고 춤을 추는지도 모른다. 살사 1년 차 땐 3곡만 추면 체력이 바닥이었는데, 5년 차인 지금은 연달아 3곡은 출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그리고 잠깐 휴식 후 끌리는 음악에 3곡을 더 추고 나온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어둔 채 1시간 동안 오로지 나의 행복에 집중하다 보면 나른한 피곤함이 찾아오고 흠뻑 흘린 땀이 개운함이 되는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살사바에서 나온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니까.’


그런 충만감이 오면 다시 천국의 문을 통과해 일상으로 돌아온다. 충분히 좋다는 감정은 지금 내 앞에 나타난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된다. 충분히 오랜 시간 충분히 좋음을 따르다 보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든 ‘충분히’가 떨어져 나가고, 그저 좋음만 남는다.


일상에서 나의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시 이곳으로 와서 충전하고 돌아가는 일을 반복한다. 일주일에 두 번, 방전된 삶에 활력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 공허함이 충만함으로 바뀌는 내가 살사를 추는 이유다.  


살사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아래 책을 읽어보세요.
https://bit.ly/3uHbf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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