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30대에 들어 가장 여유롭게 지냈던 여름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 안 되는 시기였음에도 (라고 말하지만, 그런 게 어딨어?) 나는 그렇게 여유로왔다.
갑자기 스페인으로 가게 됐고, 내가 2주나 머물렀던 곳은 바로 푸에르테 벤츄라라는 섬.
(하마터면 작은 섬이라고 쓸 뻔 했다. 아주 큰 섬인데 말이지.)
그 2주 동안 아무 스펙타클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그리고 그녀들도 몰랐던 감정들은 안에서 묵혀있었던 것.
그저 고요히 하루 하루가 흘러갔고, 너무나 좋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음을 즐겼고, 나는 내 체질에 딱이라며 지루해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건 교만이었으리라. 내게 주어진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고작 2주였으니.
집 문을 열고 나오면 펼쳐지는 바다가 분명 곧 그리워질꺼라고 예견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철저하게 그 예상에 맞아 떨어지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 곳에서의 사진들을 보며 치열하게 그리워하고 있다.
나, 다시 그 곳에 가서 일주일만이라도 여유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