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가 즐겨 먹던 당고
닛포리역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 맡겨놓고 점심 먹으러 돌아다녔던 첫날 눈에 들어왔던 당고 집이 있었는데, 호텔에서 가까우니 여기 와서 당고도 먹어보자고 지나가면서 식구들과 잠깐 이야기했던 당고가게가 있었다.
당고 가격이 비싼 만큼 더 맛있겠지, 설빙처럼 프리미엄 당고 카페 콘셉트인가 보다고 그냥 스치듯이 식구들하고 말했는데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당고 집이란 것은 한국에 돌아온 후 알았다.
하부타에 당고를 나쓰메 소세키가 그렇게 즐겨 먹었다는데 본점도 닛포리 역에서 가까이에 있다는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분점이 아닌 본점에 갔을 텐데...
어쨌거나 우리 식구들은 호텔 근처에 있던 분점에서 당고를 먹어봤다.
닛포리역 근처 호텔에서 투숙하는 여행객들이라면 하부타에 당고 카페가 눈에 띄는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카페 운영시간이 짧은 편이고 문도 일찍 열지 않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
당고를 워낙 좋아해서 일본여행 가면 당고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매일 사다 먹기는 했지만 이렇게 알이 큰 당고, 게다가 유명한 당고 집 당고를 비싸게 사 먹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역시 색다른 경험이기는 했다.
우리 식구들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일본 여행을 갔기에 하부타에 역시 매장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있었고, 일본 답게 창가 쪽 좌석은 혼자 앉아서 먹는 사람들을 위한 좌석이었다.
낮에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창가 쪽 좌석에 앉아서 책 읽으면서 당고와 함께 차를 즐기는 손님이 더러 있기는 했다.
당고 주문하기 전에 자리 잡고 앉으면 기본으로 제공해 주는 말차가 나온다.
따뜻하게 마시면서 당고와 함께 곁들여 먹기에도 괜찮았다.
한 접시에 당고가 기본으로 2 꼬치씩 세팅이 되어있기에 당고 주문할 때 일단 4개를 주문했다.
간장 발라 구운 당고와 팥고물 묻힌 당고, 그리고 다른 한 접시에는 샤인머스캣 당고와 간장 당고 이렇게 주문했는데, 간장 발라 구운 당고가 생각보다 많이 짠 편이기에 차랑 반드시 곁들여 먹어야 한다.
일본 사람 입맛에는 맞을지 몰라도 일반적인 한국사람이라면 간장 당고는 아무도 안 먹으려고 할 것 같으니 하부타에 당고에서 간장 당고를 주문하실 분들은 한 개만 주문해서 일행과 나눠 먹으면서 맛만 보는 정도면 될 것 같다. 우리 집도 맛있어 보여서 두 개 주문했다가 결국 식구들이 한 개씩 먹어보더니 거부해 결국에는 남은 당고는 꾸역꾸역 내가 다 먹었다.
반대로 팥고물을 묻힌 당고와 샤인머스캣 당고는 서로 먹으려 했다는...
몸 생각 하면 먹으면 안 되는 일본 팥죽인데, 여행 왔으니 그냥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주문했다.
결혼 전에 괜찮을 때는 일본 오면 먹고 싶은 디저트 종류별로 다 먹었는데 이제는 몸이 받쳐주질 못하니 여행 와서도 먹고 싶다고 생각 안 하고 먹을 수는 없지만, 젠자이를 안 먹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주문했다.
개인적으로는 통팥죽보다는 곱게 갈아서 나오는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젠자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겨울여행이라 따뜻한 젠자이가 더 당기기는 했다. 설탕도 종지에 추가로 더 주셨는데 더 안 넣어도 충분히 달달해서 더 넣을 필요가 없었다. 내 취향에는 맛있었던 젠자이인데 남편은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죽이 이렇게 단 걸 싫어해서 나 혼자 맛있게 먹었다.
간장 당고에 실패한 후 그냥 나가기 아쉬워 다른 당고도 먹어보자 해서 추가로 주문한 콩고물 묻힌 당고까지 먹고 왔는데 결과적으로는 간장 발라 구운 당고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맛있게 먹고 나왔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당고보다는 알이 크고 더 부드러워 비싼 가격이 이해가 되었지만, 우리 집처럼 당고를 좋아해서 일본에 오면 꼭 당고를 사 먹는 사람들이라면 3대 당고집 당고 맛이 어떤지 맛보길 추천하지만 아니라면 굳이 멀리서 찾아와서 꼭 사 먹어야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호텔 가까이에 분점이 있어서 사 먹어봤지만, 나쓰메 소세키가 왜 이 집 당고를 즐겨 먹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본점에서 정원 구경도 하면서 먹어보면 도쿄 여행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