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근황을 전해야 할까?
나에게 암이 생겼다고 한다. 모두에게 어느정도의 암이 있는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나는 치료를 해야하나? 라고 의문했다. 그래도 사진에도 확실히 나오고 의사도 치료해야 한다고 하니 몇개월이 지나 치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욱이 나는 (내생각에는) 심하지 않은 혈액암이였고, 여러 정보를 모아보니 예후가 좋은 상황이였다.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5개월의 잠적을 어떻게 주변인들에게 설명해야 하나 그것이 큰 고민이였다.
일단 같은 아파트 사는 이웃에게 시험삼아 나의 근황을 전해보았다. 우리 가족이 이웃 아이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상황이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니 거절을 해야했다. "제가 얼마전에 혈액암을 진단 받았어요. 사람 많은곳은 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서 못 갈것같아요 (상대방의 눈썹이 올라가며 눈이 커진다. 얼른 더 설명해야 할것같은 느낌) 아, 그래도 예후가 좋은 상황이고 증상도 많이 없어서 괜찮아요!" 불쌍한 이웃은 갑작스러운 근황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모르고 허겁지겁 자리를 떴다 (나: 젊고건강하니까 괜찮을거에요오오). 아, 얘기하지 말걸. 멀어져가는 이웃을 바라보며 후회가 나왔다. 불편한 근황은 짧은 시간내에 나의 기를 잔뜩 소진시켰다. 어떤 이유에선지 참으로 헛헛했다.
그 날 느꼈던 허함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니, 내가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여 결론도 없고 공감이나 위로도 없는 상황이 도출되었기 때문이였다. 나는 그들은 내가 어떤 암인지, 항암치료는 어떤걸 받는지 알지 못해도 괜찮다. 그럼에도 그들이 느끼기에는 내가 뭔가를 바라는것처럼 전달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니 내면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을 받은것이다.
십년지기 친구가 어느날 물었다. "항암치료하면 뭐가 필요해?". "그냥 연락 자주 해줘. 그게 젤로 좋더라".
반대로 마음이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연락을 자주 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나에게는 그들의 모든 근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자신들의 근황이 불편할까 아닐까 고민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거리감이 있다는 증거같아서 싫고 우리가 그저 아파트에서 가끔 마주치는 이웃인가 싶어서 싫다.
암을 치료하면서, 나의 근황을 교환할 사이일지 아닐지 고민하면서 또 다시 나의 인간관계가 한번 더 정리되고 더 깊고 좁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