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그 사람과 관련 있지 않던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던 때가 있었다.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내게 웃어주었을 때나 그 사람이 내게 특별히 상냥한 것 같았을 때처럼 희열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고통이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와 토마스 만은 사람이 어떤 다른 사람에게 극도로 완전히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이유 하나로 내게 특별하다. 위대한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아센바흐는 타지오에게 사로잡혔다. 두 주인공의 인생은 그들이 감탄했던 대상을 향해, 굳었던 모래가 바짝 말라 흩어지듯 바스라져갔다.
개츠비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데이지와 결혼하려고 했던 것, 아센바흐가 말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어떤 소년을 계속 바라보기 위해 전염병이 퍼진 베니스를 떠나지 않았던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그런 이야기다. 글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얼마든지 어떤 이야기든지 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꼭 해야하는 이야기는 이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