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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pr 15. 2023

장애와 다름의 차이는 무엇일까?

'남성 소프라노' 사무엘 마리뇨의 사례

  <야곱, 너는 특별해!>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쓴 동화책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브런치에 이미 썼기 때문에 생략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했는데 주제를 '장애'로 한정짓지 않고 '다름'으로 폭넓게 설정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하고 며칠이 지났을 때 우연히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 소프라노'인 사무엘 마리뇨에 관한 기사를 봤다. 마리뇨가 이번 달 16일부터 내한 공연을 한다는 기사였다. 남성 소프라노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다. 기사 속에 실린 사진에서 그는 드레스 같은 우아한 크림색 의상을 입고 크림색 하이힐을 신은 채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앉아 있었다.


  마리뇨는 사춘기 시절 변성기를 겪지 않았다고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그는 소년처럼 살짝 갈라진 가늘고 얇은 고음으로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목소리에 대해 '진정 희귀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남성 소프라노로 성공한 마리뇨는 성악가가 되기 위한 천혜의 조건을 타고난 것 같지만 특이한 목소리 때문에 유년기에 주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바람에 무척 끔찍하고 외로운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성대 수술을 고심했고 병원에 찾아갔지만 거꾸로 의사에게 성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어떤 장애는 자신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키가 될 수 있다. 장애로 보였지만 알고보니 '빼어남이 될 수 있는 다름'이었던 거다. 이게 뒤집어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장애인지 다름인지를 결정짓는 것 같다.

  뒤집어질 수 있느냐.

  뒤바뀔 수 있느냐.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장애가 '빼어남이 될 수 있는 다름'으로 인정받게 되기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지난한 과정을 통과해야할 것이다. 쉽지 않다. '빼어남이 될 수 있는 다름'이 장애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든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면 '빼어남이 될 수 있는 다름'으로 뒤바뀔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성대 수술을 고심해 병원을 찾아간 마리뇨에게 의사가 성악을 권유한 것처럼, 어쩌면 장애가 자신이 특별해질 수 있는 씨앗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지 한번 따져보자.





사무엘 마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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