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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09. 2023

우리가 추구하는 다름의 정도

feat. 마르디, 크록스  


차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아는 엄마 둘을 봤다. 나는 차에 타고 있었고 그 엄마 둘은 각각 걸어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있었기 때문에 내 쪽에서만 그 엄마들을 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엄마 둘이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하얀 바탕에 초록색 꽃이 프린트된 마르디(Mardi) 티셔츠. 아마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동안 이 티셔츠 입은 사람을 정말 많이 봤다.



김고은이 입은 마르디 메크르디 티셔츠 (C) Mardi Mercredi



작년에 코타키나발루에 놀러갔을 때 많은 외국인 중에 한국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던 표식은 크록스였다. 우연히 마주친 우리나라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크록스를 신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 무리지어 서 있는 단체 관광객 모두가 크록스를 신고 있진 않더라도 그들 중 크록스를 신고 있는 사람이 둘셋 포함되어 있다면 그 팀은 한국인들이었다. 호텔을 옮겨도 하얀색 크록스를 커플 신발로 맞춰 신은 신혼부부, 크록스를 신은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크록스 사진 (C) Crocs


예전에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장도연이랑 다른 여자 개그맨들이 모두 발렌시아가 모자를 쓰고 나와 이런 풍조를 개그 소재로 삼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또 발렌시아가 모자, 티셔츠, 삭스운동화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았었다.


얼마 전 남편이 물에서 신을 아쿠아슈즈를 사야겠다고 해서 쇼핑몰 안에 있는 신발 매장에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크록스에 눈길이 갔다. 다들 신는 이유가 있겠지. 여름에 크록스만한 게 없잖아, 물도 잘 빠지고? 편하니까 다들 그렇게 신는 거겠지. 나는 크록스를 사라고 했지만 남편은 아무래도 안 땡긴다며 안 샀다. 우리는 크록스를 산 적이 없지만 아이는 발이 클 때마다 거의 매년 사줬다.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 가면 신발장에 죄다 크록스만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우리 아이 크록스랑 똑같은 크록스들이 있어서 구분하기 위해 최근에 지비츠를 달아줬다.


크록스를 장식하는 지비츠 (C) Crocs


우리에게는 '같기를 원하는' 어떤 동류성에 대한 갈구가 있는 걸까? 저도 당신과 같아요. 이것 보세요, 크록스를 신었잖아요? 마르디 티셔츠도 입었고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안다. 한편으로는 이런 게 또한 지긋지긋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하지만 신발 가게에 가면 여전히 크록스에 눈길이 간다. 그게 제일 안전한 선택인 것 같아서. 그리고 또 왠지 크록스를 신어보고 싶어진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다름의 수준이란 크록스의 지비츠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본질적으로 크록스라는 건 같다. 그런데 지비츠가 다르다. 그 약간의 토핑 같은 다름. 길거리의 수많은 지비츠 달린 크록스를 보면서, 그 정도의 다름이 기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추구하는 다름의 정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크록스는 같지만 지비츠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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