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직 노동자에게 내일의 태양은 뜰 것인가?
교육공무직법 반대 논란을 바라보며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이 교육공무직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학교구성원인 교사, 교육행정직뿐 아니라 학부모, 임용고시 준비생, 교육행정고시 준비생 및 사범대, 교대 학생들까지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2016.12 17. 폐기 후 수정 발의할 것을 발표했다.)이들이 제기하는 심각한 문제란 무엇일까?
1. 채용 과정이 불투명한 무능력자들이다?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칼퇴근에 방학도 있고 방학 때도 월급 나오고 휴일 다 쉬고.. 저런 꿀직장이 어딨냐."며 모르는 소리 하는 사람들의 비아냥에 화가 났던 적이 있을 것이다.
주부는 하루 종일 종종거리면서도 내 가족, 내 아이 보며 애써 힘 내는데 "집에서 도대체 뭐 하느라 집이 이 모양이냐."는 한 마디에 무너져 내리는 법이며, "너는 취업해 본 적 없어서 직장 생활의 비애를 몰라." 라고 회사 생활의 고충을 얘기하는 친구 앞에서 작아지는 수험생 생활, 나도 해봤다.
공무직도 겉보기엔 논다, 단순 업무만 한다고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 필요한 인력이기에 채용되고 필요한 업무를 해 왔기에 학교 현장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이 꼭 필요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종조차도 예산을 아끼려고 "회계직", "교육공무직"등의 이름만 바꾼 비정규직으로 계속 변형하여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솔직하게 말해 어느 집단이든 100% 완벽한 무결점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은 없다. 소수의 사람들의 근무 태도나 채용된 경로로 전체 공무직의 근무 태도와 채용경로를 왜곡하는 것은 부당하다. 하물며 교사 직종에서도 대부분의 교사들을 대표할 수 없는 부족한 교사들도 있지 않은가. 공무직들 중 예전에는 지금 비판받듯 알음알음으로 채용된 사람, 그래 없지 않겠지. 그러나 교육공무직은 현재 교육감 직고용제이며, 교장 마음대로 채용할 수 없다. 반면 임금은 학교에서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 공무직에게도 학교에게도 부당하여 채용 과정의 투명성에서부터 임금 체계의 정당성까지 체계적으로 바로잡고자하는 법안이 바로 교육공무직법이다.
2. 공무원, 교사 시켜달라고 떼를 쓴다?, 교육공무직 채용하면 교사 티오가 줄어든다?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인 교사특별채용 관련 논란이 있는 법안 부칙 제2조 4항은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초·중등교육법」 제21조제2항과 「유아교육법」 제22조제2항에 의해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학교도서관진흥법」 등 관계법령을 준수하여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이다. 이 부칙은 이미 삭제하기로 발표했지만 개인적으로 이해한 의견은 이렇다.
사서교사를 예로 들어, 우리학교 인근 초등학교 도서관에 공무직 사서라도 배치된 학교는 단 두 군데뿐이다. 사서가 없는 학교도서관은 3시간 학부모 봉사, 무자격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파행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3월 새 초등학교가 신설되었으나 사서교사는 커녕 공무직 사서조차 채용하지 않았다. 도서관업무는 안그래도 신설학교 업무 폭탄을 맞은 교사가 떠안았다. 교육청에 문의하면 도서관 업무를 모르는 교사에게 인근학교 사서나 사서교사의 도움 요청을 권하는 실정이다.
새 학교에 학생이 들어오면 당연히 교사를 배치해야 하는데 사서교사나 영양교사는 비교과교사라는 이유로 8년째 서울경기지역 0명을 발표해 시험만 바라보고 있는 수험생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언제 발표날 지 모르는 시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한 명씩, 두명씩 공무직 사서로라도 일하기 시작한 것이 2001년부터이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교육청에서 대대적으로 100만원도 안되는 월급으로 사서직을 채용했다. 실제로 사서자격증과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계시지만 공무직 사서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공무직 사서로 일하며 용돈과 생활비도 벌고 수험 공부도 하자고 생각했지만 몇년째 시험 발표도 나지 않고 이대로 머무는, 말하자면 그런 상태인 것이다.
또 영양사의 경우 비정규직 영양사의 업무와 정규직 영양교사의 업무는 거의 동일하고 최소한 유사하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영양사는 영양교사에 비해 첫해엔 70%, 10년뒤엔 57%, 20년뒤엔 45%의 임금을 받는다. 의원실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 위 부칙조항은 교사자격증이 있는 경우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임용 절차에 따라서 교원 채용을 하도록 노력하는 조항으로 교원 특별채용에 대한 조항이 아니다. 오히려 관련 분야 교원확충에 대한 노력 조항이었다.
여기서 잘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사용자는 교사자격증도 있고 영양사 자격증도 있는 사람을 거의 반값에 채용할 수 있는데 뭐하러 영양교사 티오를 늘리겠는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앉히려 들 것이다. 이것은 영양사/영양교사, 사서/사서교사, 교사/기간제 교사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하기에 교사직의 티오를 한 명 늘리는 일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현재 공무직들로 채워진 직종 자체를 차츰 교사로 바꿔 채용하려는 노력은 결국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교육현장을 교사로 온전히 바꿔내고 장기적으로는 교사 티오를 확보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3. 교육공무직은 이미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다?
법률안 제5조에서는 상시지속적 업무종사자에 대한 무기계약 고용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 동안 정부가 계속적으로 제시하였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안정대책(상시지속적 업무자 무기계약 사용원칙)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규정일 뿐이다. 또한, 정부의 대책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은 1년 또는 2년마다 기간제로 교체 채용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한 11개월 계약 기간 쪼개기 관행, 1일 3시간 이상 근무일 경우 각종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2시간 30분 계약 등 근로 시간 쪼개기 관행 등이 빈번하기 때문에 적어도 상시지속적인 업무의 경우에는 정부지침에 따라서 무기계약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거짓말 같은가? 당장 유치원 방과후 강사 채용 공고를 찾아보시라. 유치원 방과후 강사 역시 대부분 교사 자격증을 요구하지만 근로시간은 2시간 30분, 심지어 2시간 50분도 있다.)
또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을 뿐, 무기 계약직은 엄연히 계약직이며 비정규직이다. 혜택이 정규직과 비슷하니 정규직이라고 봐야한다고? 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이지 같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 혜택이란 것들은 비정규직 차별 금지로 조금씩 던져주는 시혜 정책으로 계약직의 노동 권리가 그나마라도 올라간 것 뿐이다. 정부에서 선전하는대로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이라면 나이스에 무기계약직들의 직종이 `비정규직`이라고 떡하니 씌여있을 이유가 없다. 또 교육공무직이 전보를 가서 학교를 옮기면 퇴직 후 재입사처리되기 때문에 고용 보험이 재가입된다. 이 또한 정규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 이미 처우개선될만큼 되었다?
나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도대체 개선될만큼 된 것은 어느 정도일까. 어느 정도 수준이면 아, 그 정도면 되었다. 하고 허락해주는 걸까, 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어쩌면 개선될만큼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교육 현장에는 중요한 사람과 덜 중요한 사람,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는 계급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5. 공무원보다 급여가 더 많다?
현재 학교비정규직의 평균 월 급여(연봉액의 1/12) 수준은 교원 또는 공무원(9급) 1년차~20년차의 60% 수준이다. 따라서, 공무원9급 1호봉과 비교하여 교육공무직의 임금이 높다는 주장은 왜곡된 것이다.
9급 1호봉의 총연봉액은 2,360만원이고 교육공무직은 2,090만원으로 88%수준이다. 교육공무직은 기본급이 근속년수에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20년차가 되면 9급 대비 57%수준이고 연봉액 기준은 약 1,8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9급 20년차는 연봉이 오르지 않아도 그동안 1,900만원이 자동 인상되지만 교육공무직 20년차는 불과 370만원이 인상된다.
6. 비정규직임을 알고 채용되었으면 입 다물고 있어라?
처음부터 누가 학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겠는가? 나름의 자격 갖춰 직장을 갖는 꿈을 꾸었지만 내가 공부하고 가지게 된 영양사 자격증, 영양교사 자격증, 사서 자격증, 사서교사자격증으로 지원 가능한 직장 대부분이 비정규직일 때, 개인의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탓일 뿐이라고 몰아세울 수 있을까.
애초에 필요한 교육현장의 인력을 20년 가까이 비정규직 직종으로 채용한 이 현실에 분노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이제 비정규직의 한계를 조금씩 깨닫고 공공기관에서부터 변화해나가기 위한 법안이 바로 교육공무직법이며 그 첫걸음이 공공기관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점차 모든 곳, 모든 비정규직 처우개선으로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7. 그러나, 그러나 아직도 새벽은 멀었다.
2003년에 이런 한 컷 만화를 본 적이 있다.
한 남자가 길을 걷는데 모든 이들이 희귀종을 만난 듯 힐끔거리며 쳐다본다.
그 남자는 정규직 노동자였다.
나는 묻고 싶다. 우리 주변의 너무도 많은 비정규직들, 그리고 그 일에 종사하는 내 가족, 친구들, 이웃들. 더 늘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지.
나만은,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기보다 힘들다는 시험 관문을 뚫고 무사히 그 정규직 사회에 안착하면 끝이라고 보는지.
문제는 비정규직이 더 많아지고 정규직과의 차별과 빈부격차가 훨씬 심해지는 이 사회 자체이다. 그리고 무서운 것은 비정규직이니까 당연히 받아야할 대우라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며 기꺼이 차별을 감수하고 내재화하는 나와 당신들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