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의 아트마켓 31
지난 호(케이트의 아트마켓 30 위작과 진작 - 1)에서 노들러(M. Knoedler & Co.) 갤러리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앤 프리드먼(Ann Freedman) 당시 대표의 주도로 뉴욕 소재 위작 조직이 제작한 그림 40여 점을 위탁 또는 판매해 미화 약 8,000만 달러(한화 900억 원) 규모의 엄청난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소개한 바 있다.
17년 동안 노들러(M. Knoedler & Co.) 갤러리를 통해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로버트 마더웰(Robert Motherwell), 리처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등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미국 대가들의 미공개 작품이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이들 모든 위작들은 중국 이민자 첸 페이션(Pei-Shen Qian) 한 사람이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위작 조직의 의뢰를 받고 그림을 그리고 캔버스를 오래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등 위작 제작을 담당했고, 수사가 시작되자 미국으로의 송환이 불가능한 중국으로 도주했다. 프리드먼은 FBI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관련된 모든 작품이 완벽한 진작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노들러 사건은 여러 가지로 놀랍기도 하고 믿기 어려운 기묘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타일이 모두 다른 여러 대가들의 작품을 미술계 전문가들의 눈을 속일 정도까지 그려낸 중국 이민자의 실력도 그중 하나다. 또,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위작 사건이었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위작 조직 일당은 스페인과 중국으로 도피하고 결국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노들러 갤러리와 중간 다리 역할을 담당한 단 한 명뿐이라는 수사 결과도 그렇다. 프리드먼은 위작임을 알고 판매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아 사기죄 기소를 면했다.
Photo: Renaud Camus via Flickr/Creative Commons.
무엇보다도 믿기 힘든 점은 장기간 소수의 위작 조직이 주도하고 한 사람이 그린 여러 거장들의 위작을 미술계 다수의 눈을 홀려 거액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몇몇 그림들은 전문가들조차 진작이라고 믿어 미술관에 전시되기도 하고, 특히 로스코 스타일의 위작은 로스코 다음 개정판 도록에 실릴 수 있도록 워싱턴 국립 미술관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위작은 진작보다 아름다운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작가가 창작 과정에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몇 번이고 다시 그리는 과정들이 생략되기 때문에 위작은 보다 매끄럽고 깔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위작을 유명 작가의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보이게 한다고 한다.
감정 과정에서 종종 실행하는 과학적 분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비용도 고가이다. 또, 과학적 분석으로 작가가 활동했던 시기에 완성된 작품인지 등은 파악할 수 있지만, 작가가 누구인지 명확히 알아내는 것은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노들러 갤러리 사건의 경우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위작을 조금만 더 세심하게 관찰했더라면 진위성을 의심할 만한 사항들이 있었다. 잭슨 폴락의 작품은 작가의 사인에 철자가 잘못 적힌 경우도 있었고,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은 작가가 위작이 그려졌다는 시기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흰색 프라이머 위에 그림이 그려졌다.
Photo: Ed Bierman via Flickr/Creative Commons.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은 이미 위작을 진작이라고 믿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심리 전문가들은 알려지지 않은 명작을 발견하고 싶은 욕심과 어떤 면에서는 본인이 다른 전문가들보다 안목이 뛰어나다는 자아도취적 생각으로 이들이 위작을 진작으로 믿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존 과학 전문가 제임스 마틴(James Martin)은 진위 감정은 다리가 세 개인 의자와 같다고 비유했다. 진위 감정은 정확한 과학이 아니라, 소장 이력과 과학적 분석, 그리고 감식안(鑑識眼; connoisseurship)에 균등하게 의지해 서있는 의자와 같다는 것이다. 작품의 진위성을 정확히 감정해 낸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