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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Jul 22. 2021

임신 30주, 코로나 확진되다

"구름이가 엄마를 열심히 지키고 있을 거야"

3월의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팀원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옆 부서 직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내내 재택근무를 하다가 지난주 딱 하루만 출근했기에 별 문제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참고하라는 내용도 함께.


지난 금요일,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부서에 인사를 하러 하루만 출근했었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한 게 아니니 별 일 있으려나 싶었지만 혹시 모르니 코로나 검사를 받기로 했다.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연히 음성일 거라고 믿으면서도 왠지 목이 좀 칼칼한 것은 그냥 기분 탓일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이 되자 조금씩 더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떨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음성이면 문자가, 양성이면 전화가 온다고 하던데, 밤새 음성 판정받는 꿈을 여러 번 꾸며 잠을 설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8시 반 정도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ㅇㅇ구 보건소입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설마 제가 양성인가요?" 물었고,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전화상으로 동선과 접촉자 등 역학조사를 하는데 믿기지가 않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제가 임산부인데요... 지금 임신 30주거든요..."

눈물이 흘러서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원래 확진자들은 생활 센터나 병원으로 이송이 되는데, 나는 임산부라서 병원으로 이송될 거라 했다. 오후에 데리러 올 거니 그때까지 짐을 싸 놓으라고 했다.


일단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금요일 이후에 만났던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분명 내 잘못이 아닌데, 혹시나 나한테 옮아서 가족들도 확진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부서에 인사하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괜히 바보같이 출근해서 코로나에 걸린 걸까.'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책감이 들어 마음이 괴로웠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고 구름 이를 지켜줘야 하는데, 몇 시간 동안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보건소에서 보내준 준비물 리스트를 참고해서 남편과 함께 짐을 쌌다. 내가 떠난 후 집 전체를 방역하러 따로 방문한다고 했다. 평소 누구보다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손 세정제를 수시로 발랐는데, 이제 내가 위험인물이라니.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남편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갔다. 구급차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복같이 생긴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 뒷문을 열어줬다. 누가 볼세라 얼른 올라탔다. 내부 전체는 비닐로 꽁꽁 포장되어 있었다.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구급차를 탔다. 창문은 비닐로 꽁꽁 싸매져 있어서 창밖이 보이지 않았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적막한 구급차 안에서 내 몸도 마음도 덜컹거렸다. 제발 주변에 더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지 않길 기도했다. 왜 하필 임신 중인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앞으로 열흘 가량을 지내게 될 병실에 도착했다. 혈압과 산소포화도는 정상이고, 발열도 37.1도로 정상이라고 했다. 다만 내가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다고 했기에 유증상자로 분리되었고, 코로나 검사는 5일 후에 한번 더 한다고 했다. 발병 후 10일 경과, 그리고 그 후 최소 24시간 동안 해열제 복용 없이 발열이 없고 증상이 호전되는 추세면 퇴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검사 결과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없냐고 했지만 이미 양성 판정이 나왔기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일단 뭐가 됐던 구름이가 무사하면 좋겠다. 아직 예정일까지 두 달 좀 넘게 남았으니 그때까지 푹 쉬고 빨리 나아서 완치 상태로 구름이를 만날 수 있길 바라고 또 바란다. 자꾸 마음이 불안정하면 구름이도 힘들어할까 봐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을 찾아들었다. 남편은 불안해하는 나에게 구름이가 엄마를 열심히 지키고 있을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천만 다행히, 나와 함께 숨 쉬고 생활했던 남편뿐 아니라 주말 동안 만났던 가족들은 모두 음성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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