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서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은 없었다.

자본주의가 낳은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들

by 영어는케이트쌤

뉴질랜드에서 영화 기생충을 접했다. 빈부격차라는 주제가 뉴질랜드 역시 낯선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100% 와 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 몇 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약간의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기택은 나쁜 아버지다.

기택의 가족들도 자꾸 양심 없이 사기를 치는 데다 상류층에 대한 막연한 자기 위선으로 마치 박사장네를 다 잘 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 불편했다.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으려면 자식들에게 더 잘 배우도록 노력하고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야 하는데, 아들이 사문서를 위조하는 엄청난 범법 행위를 하는데 "아들아,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라니.... 결국은 이 가족에게 생기는 모든 상황들을 방관하고 심지어 동조까지 한 부모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택의 아들과 딸 모두 무언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다. 꾸준히 수능 준비를 하는 아들이나, 미술에 재능이 있다고 하는 딸이나... 하지만 단순히 기능 (skill) 만을 가졌다고 신분을 상승할 수 있을까? 일적으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인간사에 대한 양심이 있다. 기택의 자녀들은 그런 면에서 잘 못 교육을 받았다.


# 상류층에 대한 묘사보다 더 불편한 여성의 묘사

박사장은 직원이나 자기가 고용한 소위 아랫사람이 선을 넘으면 매우 분노하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아내는 집에서 집안일 잘하고 자기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인물이다.

연교(박사장의 아내)가 오래 있던 집사가 결핵이라고 생각하고 내보낼 때에도 이런 일이 우리 집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남편한테 죽는다 라고 기택에게 이야기할 때도 느낄 수 있다. 박사장에게는 아내마저 아랫사람이지 않았을까?

박사장네는 대체로 부를 쥐고 있는 사람 치고 무지하다. 사실 현실에서는 훨씬 더 예민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허접한 사기를 치는 기택네를 금방 알아차리고 내쫓을 만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돈을 잘 벌려면 그 정도 이상의 눈치와 예민함이 있어야 하니까...


#이기적인 한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사건


기우의 친구는 같은 대학 또는 과 다른 놈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과외생을 빼앗기기 싫어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기우의 사기 행각을 부추긴다. 돈이 필요해서 당장 반가워하던 기우이지만, 결국 친구를 위해 지켜주어야 할 과외생을 자기 차지로 만들어 버리고 친구에게 미안한 일말의 양심도 표현하지 않는... 참 저 둘은 진짜 친구일까 싶을 정도로 우리가 과연 '친구'라는 정의는 어디까지 두고 있는 것인지 의심을 품게 하는 부분이다.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문광 부부

얼핏 보면 문광의 남편이 기생하는 꼴인 것 같지만, 그나마 문광은 박사장에게 솔직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박사장네에 빚을 갚는 마음으로 자기 역할에 충실했던 걸로 보인다. 깐깐한 박사장이 선 안 넘고 일 잘한다고 평을 한 걸 보면.. 그리고 연교가 아는 사람 통해서 소개받는 것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 것도 어쩌면 전 집주인으로 부터 소개받은 문광이 만족스러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 기생충 영화 기사들에 대한 불편함

자본주의의 현실이 참 이렇다..라고 씁쓸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영화임에도 기생충에 관련된 기사들은 너무나 돈 중심적이다. 얼마의 수익을 내었으며 그 효과가 얼마이며 이로 인한 추가적 수익이 얼마일 것인지... 특히 네** 에서 검색할 때가 최악이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포털을 이용할 텐데 뉴스 기사는 봉준호 감독의 메시지를 전하기보다 영화 수익에 대한 기사가 가득이고... 연관검색어 상위의 '조여정 노출'이 나오는데 정말 질이 떨어진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노출신이 불가피했다면 들어갔을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저런 부분부터 검색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인지... 포털사이트의 의도된 연관검색어 인지..

그래서 요즈음은 그나마 구*에서만 검색하는 편이다. 영화평에 관련된 기사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었기도 하였고...


# 영화제 상보다 더 칭찬받아야 할 봉준호 감독의 참 업적

지속적인 수익창출 그리고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것보다 더욱 중요한 봉 감독의 업적은 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며 연기자 및 관련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잘 충족시켜주며.. 특히 밥시간을 잘 지켰다고 하니... 이 모든 인간적인 작업에도 세계에서 내로라할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내게는 "이렇게 해도 상을 받는데 왜 돈을 벌겠다고 사람을 꼭 쥐어짜야만 하니?", "왜 돈을 벌겠다고 사람들에게 비인간적인 취급을 해야 하니?"라고 반문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정말 대단한 것은 그 영화의 메시지나 내용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행동에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서 라고 생각한다. 빈부격차가 점점 극으로 치닫는 요즈음 사람 위에 돈이 있어서는 안 됨을 영화 이상으로 제작과정에서 몸소 보여주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살다가 뉴질랜드로 와 로컬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며 느껴지는 부분은 그나마 뉴질랜드가 한국보다는 인간미다 더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느낌이 크고 사회적인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점도 가만해야 할 것이다. 이 곳에서는 잘 산다고 해도 가정부를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고, 가정부 또는 개인 운전기사 업체들도 매우 드물다. 수입이 높아도 집안일이며 차를 고치는 일들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집에 고칠 부분이 있어 사람을 부를 때에도 비용이 부담스럽다. 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숨만 쉬고 갔는데 200불 받았어요."라고 한다. 그만큼 인건비가 높고 사람이 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높이 쳐준다는 말이다. 단적인 예로 화물차량 기사들의 급여가 굉장히 높다. 그만큼 사고에 대한 위험이 높고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가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론 모든 직업의 급여가 그렇게 공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저시급을 매년 꾸준히 높이고 (올해는 $18까지 올라왔다.) 그에 대한 측정 및 검토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가가 높고 렌트비용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뉴질랜드에서도 굉장히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이곳 노동법이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봉 감독의 영화가 한국에서 단순히 수익을 잘 낸 상 받은 영화가 아닌 그로 인해 다시 한번 인간의 존엄성과 돈의 올바른 위치(사람 위에 서지 않는) 대해 고민하게 하고 우리 사회에도 조금씩 반영되는 긍정적인 변화를 갖고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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