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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Jun 23. 2022

미국, 돈잔치는 끝났다

그리고 모두는 휘청인다

미국은 팬데믹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돈잔치를 벌였다.  


일반인과 부양자녀에게 3차례의 경기 부양금을 지원했다. 각 개인은 총 3,200달러 그리고 각 자녀당 2,500달러를 받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정부가 4차 부양금으로 각 개인당 600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이 세 번의 경기부양금으로 8500억 달러를 (당시 환율로 약 1056조 원) 쏟아부었다. 


또한 최고 12개월까지 수령할 수 있는 실업수당을 22개월로 연장하였고, 본인의 실업수당 액수에 매주 300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추가 실업수당을 10개월간 제공했다. 예를 들어 A의 실업수당이 주당 200달러라면 추가 실업수당 300달러를 포함해서 매주 총 500달러를 수령했다. 실지 일해서 번 돈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 만들어진 거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에 실직한 사람들은 재취업하지 않았다, 나라에서 매주 제날짜에 꼬박꼬박 공돈까지 보내줬으니까.    


미국의 돈잔치는 계속됐다.  500명 미만의 중소기업 사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임금보호 프로그램 (Paycheck Protection Program)으로 두 차례의 대규모 무상지원금이 풀렸다. 직원이 1명인 회사에서부터 499명인 회사까지 매출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사업체는 적게는 수천 불에서 최고 천만 달러의 무상지원을 받았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이 지원금은 회사 직원 급여나 임대료에 사용해야 하는데 적잖은 사업주들이 주택 구매, 주식투자 또는 새 차를 구입하는데 썼다는 신문 기사가 종종 나온다.  


이 외에도 각 시청에서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무상지원금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사는 동네 시청에서도 몇 차례의 소상공을 위한 선착순 또는 제비뽑기 무상 지원금도 있었다. 


이제 미국은 그런 돈잔치를 끝내고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우유, 계란을 사러 가려면 차를 타야 하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이미 미쳤다. 캘리포니아 우리 동네의 경우 갤런당 가격은 오늘 기준 7달러로, 리터당 2,400원에 달한다. 현재 미국 가구당 매월 추가로 들어가는 휘발유 비용은 평균 500달러라고 한다.     


외식을 중단한 사람들도 많다. 음식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고 음식 가격 + 판매세금 + 팁을 지불해야 하는 미국에서는 너무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원래 팁은 고객이 느낀 서비스의 만족도에 따라 15~20%를 내가 선택해서 지불하면 됐었는데 이제는 기본이 20%이고 계산서에 아예 찍혀서 나온다. 음식 가격이 많이 올라서 20% 이상을 팁으로 내려면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 17달러 하는 짬뽕 3그릇을 시키면 음식 가격이 51달러 + 판매세 4.60달러 (주, 카운티에 따라 판매세는 다르다) + 팁 12달러를 합치면 총액은 67.60달러,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8만 8천 원이다. 기계적으로 주문을 받고, 엄지손가락이 살짝 들어간 짬뽕 그릇과 단무지를 내려놓고 사라진 서버에게 20% 팁을 줄 때면 나는 진정 ‘호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심화에 각종 추가 서비스 비용을 부과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추가 서비스 비용에는 ‘일시적 인플레이션 비용’(temporary inflation fee), ‘주방에 대한 감사 수수료’(Kitchen appreciation fee), ‘서버 건강관리 보조금’(Servers’ healthcare) 등이 있다. 식당에서는 “거시 경제의 압박을 피하기 위한 임시 수수료”라고 설명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인상된 음식 가격은 메뉴판을 보고 확인할 수 있지만 무심히 카드로 계산을 한 후에야 이런 각종 추가 서비스 비용을 확인하면 정말로 황당하다. 심지어 계산서에 이미 20% 이상의 팁이 포함된 것을 모르고 이중으로 팁을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 식당 주인이나 서버는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모른척하기 때문이다.  

 

현금 잔치가 끝난 미국의 살인 물가에 노년층은 은퇴를 취소하고, 주부는 장보기를 멈추고, 학업을 쉬고 취업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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