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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Tree Aug 10. 2022

지금 알고 있는 걸 학교에서 배웠다면

 

수년간 학교에서 배운 고전문학, 미적분, 세계사, 원자 보호와 질량수 그리고 DNA 염기서열 등등... 이런 것들이 하루하루 내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됐을까?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게는 밑거름이 됐겠지만 나 같은 보통의 사람에게는 필요치 않았다. 물론 상식이라는 게 있어야 하지만 실지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오랜 세월 살아보니 '지금 알고 있는 걸 학교에서 배웠다면 정말 잘 써먹었을걸' 하는 라이프 서바이벌 팁스가 많다. 사춘기 그리고 젊은 혈기의 20대에게 부모의 이런 서바이벌 팁스는 죄다 꼰대의 잔소리다. 그래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쪽지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되짚어 볼 테니까. 


결혼, 자식, 돈, 주식, 금융거래, 부동산, 창업, 노후대책 등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과 노하우쯤은 꼭 학교에서 배웠어야 한다. 뭐 '라이프 서바이벌 팁스'라는 학과목으로....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고 배우는 게 인생이라고 할지 모르나 한 번의 잘못으로 되돌릴 수 없거나 치명적인 출혈로 원치 않는 길을 가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삶은 결혼 전과 후로 갈라진다. 그만큼 결혼은 절대적이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적인 사안을 지나치면 안 된다. 가족들은 그들의 자리에서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지, 경제적으로 독립되었는지, 돈과 종교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현실적 관점에서의 결혼에 대해 일찌감치 배웠어야 한다.   


'자기 먹을 것은 갖고 태어난다'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다. 무한경쟁시대에 먹고만 살 수 없고 자식을 키우는 것은 마치 도박이라도 하듯 모든 것을 걸고 평생을 달려야 하는 일이다. 그만큼 어렵고 아슬아슬하다. 학교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부모의 책임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은 이다. 돈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어려서부터 배워야 한다. 돈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한 인격과 올바른 문화에 대해서도 가능한 일찍 배워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2022년 2월 기준 6004만 183개로 전 국민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액면분할, 봉차트, EPS, PER, 공매도, 우선주, 보통주, 버핏 지수 등을 알고 주식을 할까? 주식이 전 국민의 재테크라면 학과목으로 배워야 한다. 


그 많은 펀드 투자자들이 '사모펀드'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편드 사고의 잔혹사는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사모펀드'의 위험성은 무시하고 수익률이 높다는 소리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수학공식도 중요하지만 금융거래에 대해서 공부하고 각 금융거래에는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지도 학교에서 배웠어야 한다. 


대부분 취업 또는 결혼으로 독립하면서 월세, 전세 또는 매매 등 그 어떤 형태의 부동산 계약을 하게 되는데 부동산 거래는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지고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학교에서 배운다면 수많은 사고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계약금, 등기부등본, 전입 신고, 확정일자와 우선 변제권, 근저당과 가압류, 대항력 등을 학교에서 공부했다면 깡통전세에 우는 2030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창업자의 80%는 5년 내에 폐업하거나 업종전환 등 위기에 봉착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창업은 힘든 일이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젊었으니까, 유행업종이라서, 누구네 장사가 잘된다니까.... 이게 아니라 뚜렷한 창업 목적이 있어야 한다. 준비된 창업을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수없이 많다. 창업자금, 특수상권, 업종별 창업의 문제점, 수익구조, 온라인 마케팅, 프랜차이즈와 로열티, 가맹금 예치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것도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100세 시대에 준비 없는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경제력과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긴 세월은 고통이 될 것이다. 노후대책의 필요성과 젊어서부터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뒤늦게 터득하는 라이프 서바이벌 팁스를 그때 학교에서 배웠다면 덜 고단하고, 덜 불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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