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알려주지 않는다
미국은행은 사전통보 없이 갑자기 은행계좌를 폐쇄시켜 버린다. 계좌가 폐쇄되면 모든 페이먼트가 불가능해진다. 계좌에 남은 잔고를 돌려받는데 몇 주가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기관에 의해 크레디트카드가 폐쇄되면 본인의 신용점수도 떨어진다. 개인은 월세, 공과금과 기타 결제가 불가능하고, 자영업자는 직원 급여, 거래업체 결제등에 문제가 생겨 곤경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은행에서 “당신의 체킹과 세이빙계좌가 폐쇄되었으며 연계된 데빗 또는 크레디트카드 역시 사용할 수 없다. “는 내용의 편지가 날아온다. 그 편지에 계좌 폐쇄 사유는 아예 적혀있지 않거나 상세한 설명은 절대로 없다.
또는 이런 편지조차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그 대신 마켓, 랜트카 또는 ATM에서 자신의 은행계좌가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은행에 전화를 하면 은행직원은 “은행과의 계약조항대로 고객의 계좌는 폐쇄되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것이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이 사건의 끝이다.
은행은 고액의 현금거래 또는 위험국가로부터의 송금등과 같은 거래를 포착하면 SAR (suspicious activity report)이라는 “수상한 거래 보고서”를 작성한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2022년 미국은행들은 180만 건의 SAR을 작성했는데 이는 2020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올해 은행들은 이미 2백만 건에 가까운 SAR이 보고됐다고 한다.
반복적인 SAR이 보고되면 계좌폐쇄가 진행될 수 있고, 이경우 연방법으로도 은행의 이런 조치를 막기는 어렵다. 그리고 은행은 법적으로 예금주에게 그 사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어떤 이유로 내 계좌가 폐쇄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최근 은행들은 고객 계좌에 매우 까다로운 규정과 심사를 적용하고, 계좌폐쇄라는 강력한 조치를 큰 일로 여기 지도 않는다.
“우리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원하기 때문에 각 계좌를 면밀히 살펴보고 수상한 거래가 포착되면 계좌를 폐쇄합니다. 저희는 관련법규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규제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는 고객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법규대로 따라야 합니다.”라고 미국 최대은행 체이스(JPMorgan Chas)의 제리 드브로스키 대변인은 말한다.
뉴욕타임스가 500건의 계좌폐쇄를 조사해 본 결과 은행에 의한 계좌 폐쇄 주요 요인은 아래와 같다.
반복적인 쪼개기 입금
뉴욕에서 수십 년간 여러 개의 바(Bar)를 운영해 온 브라이언 딜라니씨는 매주 금요일과 월요일에 현금을 입금해 왔다.
요 몇 년간 크레디트카드 결제 고객이 급증하면서 현금입금 액수가 줄었다. 그리고 팬데믹기간 동안 회계정리를 쉽게 하려고 천불단위로만 입금하고 나머지 현금은 거스름돈으로 사용하려고 보관해 뒀다. 그런데 올해 Chase은행은 비즈니스계좌와 브라이언 부부의 개인 체킹 및 크레디트 계좌를 폐쇄시켰다.
연방법은 현금 만 달러 이상을 입금 또는 인출 시 관련양식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만 달러를 쪼개서 여러 차례 입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경우 은행은 수상한 거래로 간주하고 SAR을 작성한다.
Chase 대변인은 “해당 업체의 수차례 쪼개진 입금이 문제였다. 우리는 고객의 모든 거래를 모니터 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을 통한 모든 현금입금 패턴도 주시하고 있다. 브라이언 부부는 지난 수년간 만불이 넘는 현금입금을 해왔고, 그때마다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왜 갑자기 쪼개진 액수를 입금하는지, 그리고 현금 입금 보고서 작성을 꺼려했는지가 수상한 점이었다.”라고 답했다.
브라이언은 “천 달러 단위로 끊어서 입금한 것은 현금 입금액을 줄이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 모든 현금은 매출에서 발생한 것이고, 본인 수입과 세금납부는 합법적으로 보고했다. 우리가 마피아조직도 아니고 작은 업체를 운영하면서 돈세탁을 한 것도 아닌데 정말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마리화나 커넥션
캐롤린 포터에게 문제가 발생한 건 은행으로부터 받은 전화에서 시작됐다. 은행에서는 세금보고에 대한 여러 가질 질문을 했고, 캐롤린은 본인의 세금보고 서류는 IRS와 나의 회계사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케롤린 부부는 팬데믹기간 중 뉴욕에 있는 집을 팔고 아이다호로 이주했다. 아이다호에 새집을 구입하면서 뉴욕집을 판 돈, 모기지 상환, 새집의 다운페이 등 큰 액수의 돈을 본인의 시티은행 계좌들로 이동시켰다.
그런데 시티은행은 그들 부부의 체킹과 크레디트카드를 갑자기 폐쇄시켜 버렸다. 은행에 수차레 계좌폐쇄 사유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캐롤린은 남편의 고용주가 최근에 인수한 마리화나회사로부터 급여가 계좌입금 되었는데 시티은행이 그런 회사와의 거래를 원치 않아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추측했다. 시티은행은 캐롤린 케이스에 대한 코멘트를 거절했다.
신뢰가 떨어지는 국제송금
오레 랜디포는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석사학위 공부 중 뉴욕의 모건 스탠리에서 계약직 데이터 분석가로 일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랜디오는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를 원했지만 연방정부로부터의 고용서류를 받기 전까지 기다려야 했다. 랜디오는 그 몇 개월 동안 나이지리아에 계신 부모님으로부터 매월 $1,500을 지원받았고 렌트비로 썼다. 그때가 2018년이었고 그해 여름 Chase는 랜디오의 계좌가 폐쇄되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랜디오는 “지난 10년간 Chase 계좌를 사용했고 은행은 내가 그동안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어디서 일했는지 그리고 가족기록도 알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계좌를 폐쇄시켰다. 2010년 오하이오 칼리지를 다닐 때부터 Chase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져 씁쓸하다. 추측건대 나이지리아로부터 받은 송금이 문제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계좌폐쇄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수상한 전자거래는 SAR의 흔한 원인이다. Chase은행은 “랜디포의 경우, 제3의 송금업체가 스캠 가능성이 있는 조직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랜디포는 은행이 본인의 나이지리아 백그라운드 때문에 자신의 계좌활동을 더 의심스러워하고 계좌폐쇄 결정에 영향을 미친것 같다고 말했다.
수상한 현금인출
2016년 스티븐 훠커는 뉴욕에 집을 구입할 때 본인의 시티은행 계좌에서 각각 $7,000과 $12,000을 현금으로 출금했다. 그 돈은 현금결제를 요청한 건축업자에게 줄 돈이었다.
어느 날 시티은행에서 반복적인 현금 출금 이유를 묻는 전화가 왔다. 스티븐은 현금인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누군가 계좌인출을 시도하지 않았나 확인하는 전화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안심했다. 그러나 계좌가 폐쇄되고 나서야 그 전화의 의미를 알았다. 그는 건축업자에게 떳떳한 내 돈을 찾아서 주는 게 문제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시티은행은 스티븐케이스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고, 스티븐이 거래지점의 매니저를 찾아갔더니 “나에게 묻지 말고 네 어카운트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컴퓨터에게 물어봐라.”는 답변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