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2026년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
일본은행이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이전 '0.5% 정도'에서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이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해 7월에 '0.25% 정도'로, 올해 1월에는 '0.5% 정도'로 각각 올렸습니다.
일본은행이 최근 몇 개월간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상 흐름이 좀 멈추나" 싶더니 결국 금리를 또 올린 것입니다. 그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합니다.
관세로 인해 경기가 나빠지는데 물가만 오르면 최악이겠죠. 이럴 때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일본은행은 올해 내내 지켜보고 있던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관세 영향이 생각보다 범위가 제한적이고, 일본 기업이 감당 가능하고, 경기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 또, 물가는 오르고 있고 임금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면? 금리를 올릴 명분과 용기가 생깁니다. 너무 늦으면 나중에 한 번에 크게 올려야 하니 금리를 안 올리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일본은행의 우에다 총재는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지속해서 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이 '금리 인상 기조'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 인상 약 1주일 후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실질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계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일본이 이제는 금리 올린다"고 했을 때, 시장이 "올려도 얼마나 올리겠어"라고 반응했습니다. 또 시장은 "앞으로 금리 올린다는 것에 대해 일본은행이 그렇게 강한 모습은 아니네"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장의 모습을 의식했는지, 우에다 총재께서 "금리 인상 기조 진짜야"라고 같은 말을 반복하셨네요.
'적극 재정'을 내세우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역대 최대의 방위비, 반도체와 AI 성장전략을 포함합니다. 중일 갈등이 이어지면서 외국과의 여론전을 위한 예산도 늘었습니다.
앞서 일본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 약세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 배경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 기조로 인한 재정 악화 우려가 거론됩니다.
엔화 약세는 수입 물가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합니다. 이 경우 일본은행이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금리 인상 압박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금리 인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상적으로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그 나라 돈이 강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엔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혹시 또 올리더라도 아주 나중 일"이라고 해석하는 모습입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금리가 아주 낮은 나라죠. 그래서 투자자들이 엔화로 싸게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미국의 성장주·AI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가 오래전부터 국제 금융의 '엔진'처럼 작동했습니다. 엔화가 약할수록, 미국 주식(특히 AI 주식)으로 돈이 더 잘 흘러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 같은 '돈놀이'가 계속될까요? 엔화 약세가 고착화되면 일본 물가는 상승합니다.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치 2%를 넘어서겠죠. 그럼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명분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보다 강하게 시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Fed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하죠. 친트럼프 인사가 Fed 의장이 되면, 금리를 인하하려고 할 겁니다. 즉, 일본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고, 미국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습니다. 이 두 흐름이 시간차를 두고라도 맞물릴 경우, 중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엔화가 의미 있게 강세로 전환될 경우, 그동안 미국 주식 랠리를 뒷받침해 온 금융 환경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익을 내는 기업들만 오르는 선별적인 장세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2026년을 앞두고, 엔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