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무 주식이나 오르지는 않는다
오라클이 지난 11일 10% 넘게 급락했습니다. 지난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40%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문제 삼은 것은 "2분기 자본지출이 전분기 대비 증가했는데, 이것이 예상치보다 37억달러 많은 수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오라클 CFO는 콘퍼런스 콜에서 2026회계연도 전체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150억달러 많은 약 500억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월가는 오라클이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의심했고, 엄청난 자본지출이 수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수주 잔고가 쌓이는 것은 실제 계좌에 현금이 들어오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라클의 가장 큰 문제는 '오픈AI'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라클의 CAPEX 확대는 오픈AI 성장에 대한 베팅인데, 오픈AI가 아직 적자라는 점에서 이 투자가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것입니다. 핵심 고객인 오픈AI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AI가 진짜냐 거품이냐"를 가늠하려면, 오라클과 오픈AI를 추적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오픈AI는 수익화에 진심인 모습입니다. 지난 9일 오픈AI는 업무용 메신저 '슬랙' CEO인 데니스 드레서를 영입해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임명했다고 밝혔습니다. CRO는 앞으로 오픈AI가 어떻게 돈을 벌지, 어떻게 기업 고객을 늘릴지 전체 전략을 책임지는 자리입니다.
구글의 TPU 공동 개발 파트너인 브로드컴도 12일에 12% 급락했습니다.
브로드컴 CEO는 향후 6분기에 걸쳐 출하될 수주 잔고가 730억달러라고 했는데, 시장이 이 수치에 실망한 것입니다. 또 AI 칩 주문은 양호했는데, 그 매출로 인한 총마진이 작다는 소식까지 겹치며 "생각보다 돈이 안 남을 수도 있겠네"라는 AI 수익성 우려가 커졌습니다.
오라클이 '투자 회수'를 의심받았다면, 브로드컴은 '매출 대비 이익'을 의심받았습니다. 방향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이 묻는 질문은 같습니다. "AI는 과연 얼마를 남길 수 있나."
반대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다들 불안해하고 무서워할 때가 오히려 기회라는 시각입니다. 걱정이 많다는 것은 아직 완전히 과열된 시장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요.
예전에는 "AI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곧바로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시장이 "그래서 돈을 어떻게 벌 건지"를 확실히 따지는 모습입니다. 아무 회사나 다 오르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입니다.
그간 AI 테마의 주가 상승 피로감에 오라클, 브로드컴 등 일부 기업이 흔들렸습니다. 다만 "AI 시대는 계속된다"는 믿음이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장 사이클 분석의 대가 하워드 막스는 최근 AI 과열 논란에 대해, AI가 정말 대단한 기술이지만, 투자자들이 너무 들떠서 버블이 될 위험도 있으니 '풀베팅'도 위험하고 '완전히 안 사는 것'도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AI 수요가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의 투자 행태가 투기적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AI는 혁신이고, 이미 실제 제품이 있고, 일부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PER이 닷컴버블 때처럼 감당 못할 수준도 아닙니다.
하워드 막스는 아무도 정답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인하지도 말고, 완전히 빠지지도 말고, 중간 정도에서 신중하게 참여하라"고 조언합니다.
시장은 새로운 악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걱정을 다시 꺼내서 포장했습니다.
"AI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그 돈이 정말 매출을 일으킬까"라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혀 몰랐던 사실인가요?
"AI 데이터센터 공사가 전기 문제, 지역 정치 문제 등으로 지연되고 있대. 그럼 당장 돈 버는 게 아니구나"라며 투자자들이 실망했습니다. 이것도 사실 AI 업계에서는 꾸준히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또 AI를 둘러싼 권력 집중 등 여러 논란은 중요한 연구 대상이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담론입니다.
얼마 전 '빅쇼트' 마이클 버리가 주장한 내용연수 및 감가상각 논란이 있었죠. 이 또한 이미 약 3개월 전에 짚어드린 바 있습니다.
AI 주식이 너무 빨리 오른 것 같나요? 그러면 언젠가는 쉬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유 없이 그냥 쉬는 것은 시장이 용납하지를 않죠. 주가가 쉴 때, 시장은 우리가 이미 아는 걱정들을 스토리텔링할 것입니다.
평소에 "무엇이 걱정인지" 알아놓으세요. 그 걱정이 과거에 등장했다가 해소됐던 논리를 기억해 놓으세요. 다음에 조정이 오면, 이 과정을 떠올리세요.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