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순간 (오름 투어 1)

높은 오름을 가다

by 병욱이
목장이 되어 버린 동검은이 오름 모습

장마 시즌을 맞은 장맛비는 어디로 갔던 걸까? 8월 중순부터 9월 3일까지 예고장을 어김없이 날리며 하루가 멀다고 비를 뿌렸다. 어쩌란 말인지 코로나만큼 답답하다. 9월 4일 날씨, 창밖으로 파란 하늘이 기웃기웃 거린다. 나갈 채비를 마쳤다. 오래전부터 미뤘던 올레 10코스로 갈까? 아니면 급작스럽지만, 어젯밤에 페이스북으로 얘기했듯 오름으로 갈까? 비가 멈추고 반짝 빛나는 하늘은 두고 고민에 휩싸였다. 오름이나 가자. 오름 투어 점검. 먼저 금박 조로로 향하는 버스를 탄 후 백약이 정류장에 내린다. 백약이 오름은 들리지 않고 곧장 높은 오름으로 향한다. 다음으로 걸어서 다랑쉬 오름까지 간다. 잠시 쉼을 가지고 끝으로 돝오름을 오른다. 연속 3연타를 칠 생각이다. 이제 좁은 돌담길을 지나 2.3km면 목적지다. 밭은 언제부터 목장이 되어버렸고 한 마리의 말과 그 뒤로 잠시 스쳐갈 동검은이 오름도 보인다. 덩치도 키도 큰 거로 봐서 제주마방목지의 말과 차원이 다른 포스다. 늠름하게 선 모습에 커다란 불알 두 개가 보인다. 수놈이다. 수말은 보는 건 처음이라 싶어 앞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말 주위에 먹을 게 많은지 까마귀만 뱅뱅 돌뿐이다. “나 간다이. 넌 거기서 망부석이 돼라” 시작부터 예상 밖의 일이 터졌다. 고요하던 길목은 사람들의 발길조차 거부하듯 풀의 저항이 심하다. 이것뿐이 아니다. 곳곳에 길을 막고 있는 물웅덩이 함정이 도사렸다. 돌아가기에 이미 늦었고 생각을 바꿀 처지도 못 되었다. 거무튀튀하게 고인 물, 얕보고 건너려다 신발이 젓은 낭패를 맛보았다. 아무리 머리를 짜도 해결방법이 없다. 골목길 양 갈래는 어느새 말 목장이 되어 가두리는 넘는 건 꿈에도 못 할 짓이다. 발을 동동 굴리는 사이 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저길 지나가야 한다니 마땅히 입에 맞는 식단이 아니다. 무사히 통과한 물웅덩이 처음부터 어려움은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평탄대로이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백약이 오름을 보고 오는 건데 말이야.” 아쉬움과 후회가 든다. 물도 잘 빠진다는 제주 현무암 지질이 이토록 물을 가둬놓다니 아하~ 혀를 찰 노릇이다. 물속으로 살짝살짝 발은 들어 놓는다. 이번에도 편히 가긴 꽝이다. 여기서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다독이며 이리저리 눈알을 돌렸다. “오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긴 했지만 저길 지나갈 수는 있는 걸까. 의문이 든다. 물속이 몇 개의 돌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아 밟고 지나갔음이다. 돌을 밟았지만, 까딱까딱 흔들린 돌에 발이 빠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물 위를 폴짝폴짝 뛰어야 할 상황이다. 방수 신발이지만 몇 번이나 물에 첨벙첨벙, 결국에 물이 새어들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렇게 하루를 보내야 한다니 참 암울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오른쪽 발 위로 올라오는 찝찝함이 거슬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