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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옥션 Oct 05. 2020

조선 시대 여성들의 신분증, 노리개

#대삼작노리개 #자수노리개 #밀화장도노리개 #칠보가지노리개

신분제 사회에서 ‘옷차림’이란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을 가졌는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등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지표였습니다. 장신구는 그 중 가장 적극적인 수단으로서 한 개인의 기호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동시에 착용자의 신분이나 부를 한 눈에 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노리개나 비녀, 가락지, 뒤꽂이는 물론이고, 남성들의 동곳, 선추, 갓끈과 같은 장신구들이 있었죠.


이러한 장신구들 중 여성들이 옷고름에 매달아 치맛자락으로 늘어뜨리는 노리개는 계층을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은 것입니다. 끈목에 매다는 중심부인 보패를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 몇 개의 노리개를 한 번에 매다는지, 어떤 형태로 만들었는지, 어떤 용도를 가지는지 등 다양한 이유에 따라 그 종류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수십종류의 노리개들 중에서도 호박이나 옥, 산호와 같은 귀한 재료를 보패로 삼은 노리개는 그 집안의 큰며느리에게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었고, 특별한 의례에는 예물로 교환될 정도로 중히 여겨졌습니다. 특히 궁중에서는 여성들의 지위를 표시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죠. 종실 부녀자들이 궁에 출입할 때는 머리의 첩지와 노리개를 차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고, 궁녀들은 관례를 치르는 특별한 날에야만 노리개를 찰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노리개는 조선 여인들의 일상에서 사랑받는 장신구였습니다. 항상 몸에 지녔던 만큼 착용자의 염원도 담았습니다. 


대삼작노리개 大三作佩飾, 산호, 호박, 진주, 옥42×32cm19세기
대삼작노리개 

대삼작 노리개는 노리개 중에서도 가장 호화롭고 큰 노리개입니다. 궁중에서 대례복에 갖출 수 있는 것으로 높은 지위의 여성도 특별한 행사에야 패용할 수 있었죠. 화초를 그린 백옥 띠돈에 왼쪽부터 붉은색, 흰색, 남색의 술을 내려 끝마다 금사로 묶고, 각각 한 쌍의 옥나비와 붉은 산호, 밀화를 보패로 삼았습니다.


가장 좌측의 백옥쌍나비는 옥판 위에 진주와 보석들이 올려진 것으로 장인의 섬세한 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공작석과 청옥으로 만든 몸통 위에 연주문으로 테를 두른 금제 꽃판을 얹고, 금제 머리 위에 공작석으로 눈을 만들어 달았죠. 또한 나비의 날개를 만든 금제판 위에도 작은 구슬문양을 연달아 새겼고, 꽃술이 감싸듯 진주와 구슬들을 싸올려 장식했습니다. 가운데에 놓인 산호는 가지처럼 뻗어나가 대성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수십송이의 꽃줄기가 산호의 윗편을 감싸고 있는데, 꽃줄기가 서로 엉켜 산호 가지를 타고 내려와 한쪽 가지에 가락지를 끼웠습니다. 우측에는 호박 중에서도 노란빛을 띄는 밀화불수가 놓였습니다. 이는 국기일에만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패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힙니다 꽃송이들이 양각된 불수감 열매 윗부분을 금빛 꽃과 이파리로 감쌌는데, 꽃과 잎에는 파란 비취모 장식을 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 


밀화장도노리개
밀화장도노리개·장도 密花粧刀佩飾·粧刀, 19-20세기, 호박, 36×13cm 외


장도 노리개는 대표적으로 호신의 역할을 겸하는 것입니다. 혼인을 치를 때나 성인이 된 것을 기념해 장도를 주기도 했는데, 이 때는 그의 행복을 바라고, 불행에서 보호해주리라는 염원을 담기도 했습니다. 장도 밖에는 은으로 된 가느다란 젓가락과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이는 외부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찔러 독의 유무를 판별하기 위한 용도라고 전해집니다.


칠보가지노리개
칠보가지노리개·칠보쌍어노리개 七寶佩飾·七寶雙魚佩飾, 19세기, 칠보, 30×6cm 외,


은으로 만든 3개의 작은 가지에 칠보로 화려하게 색을 입힌 칠보가지노리개입니다. 가지는 고추와 함께 열매가 잘 맺히고, 어디에서든 쉬이 자라는 식물로서 다남과 자손 번창을 상징합니다.


자수노리개
자수노리개 刺繡佩飾, 19세기, 비단에 자수, 30×8cm 외


규방이나 내실에서, 혹은 궁중의 나인들이 자수를 놓고 솜을 넣은 다음 향을 담아 만든 장신구입니다. 현세에는 부귀와 장수를 누리고, 아들을 많이 낳아 자손이 번창하기를 염원했습니다. 여인들은 이러한 의미를 담은 길상문을 수놓으면서 부적 겸 장식으로 삼아 몸에 지녔습니다.


위에 소개해 드린 노리개 외에도 실용성을 목적으로 한 노리개들도 즐겨 사용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은근한 향내에 더해 급할 때 갈아구급약으로 사용할 수 있는 향을 넣은 향갑노리개나, 바늘집노리개, 침통노리개들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노리개는 치장을 위한 역할 뿐 아니라 당시 환경 속에서 안정된 조화를 이루며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고자 한 여성의 소망이 담긴 것입니다. 


10월 6일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일정 (프리뷰 관람은 무료, 경매 기간 중 무휴)
프리뷰: 9/26(토) - 10/6(화) 10:30 am~6:30pm @케이옥션 아트타워 전시장
응찰마감: 10/6(화) 4pm부터 10점씩 5분 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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