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야마구치 슈
철학은 ‘왜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그랬다.
어떻게 사는 게 ‘옳다, 그르다’는
진리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철학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래서 철학은 위험하다.
최악은 최선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선의로 깔려 있다.”
“더 좋은 세상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상
그런 이상 사회를 꿈꾸며 운동을 벌이는 일이
독선과 기만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선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런 사회만이 옳다는 믿음과 신념, 그리고 확신이 위험하다.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의 목적은 즐겁게, 나다운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의하는가?
반박하기 어렵다.
난 작가의 주장 중에서 방점은
‘나다운 인생을 살면서'에 있다고 봤다.
어떻게 하면 ‘나다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인생이면 나다운 인생일까?
작가는 철학을 통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에 맞는 여러 철학 사상들을 제시한다.
그중에 내가 눈여겨본 부분을 내가 이해한 대로 소개한다.
1
시기심에 빠지지 마라.
남을 부러워하다 보면 나답게 살 수 없다.
“현대인은 유독 ‘평등'에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차이에도 르상티망을 품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니체가 말한 ‘르상티망'은 약자가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 등이 뒤섞인 감정이라고 한다. 독일어 ‘샤덴 프로이데'와 비슷한 의미 같다.
2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다고 절망하지 마라. 이것을 운명론이 아니라 현실론으로 받아들이자.
카톨릭에서 개신교가 독립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이론이 장 칼뱅의 예정설이었다.
믿는다고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을 사람은 이미 신이 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노력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신은 말하지 않았다.”
3
사람은 머리가 아니라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데카르트는 세상을 단순한 사고와 연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불교도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
머리로 이해하는 건 한계가 있다.
존 로크는 인간은 타블라 라사(빈 석판) 백지상태로 태어났고,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통해 현실세계에 대해 이해한다고 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무엇을 긍정하고 있는지보다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것은 대부분 마음 가는 대로지만,
싫어하는 것은 대부분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4
자유는 어렵다.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기보다
누구의 지시를 따르는 게 쉽다.
쉬운 길만 택해서는 나답게 살지 못한다.
“자유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과 통렬한 책임을 동반한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그래서 사람들은 전체주의를 선택하기도 한다.
5
인간은 불확실한 것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니 호르몬을 너무 믿지 마라.
행동강화이론에 따르면
대가가 불확실하게 주어질 때
더욱 효과적으로 강화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게 하기보다
무언가를 추구하고 찾게 한다.
쾌락에 관여하는 물질은 도파민보다 오피오이드라고 한다.
왜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빠지는 것일까?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6
주체적으로 관계한 일에 참여하라.
결국 나답게 산다는 것은 주체적으로 무언가에 참여할 때 따라오는 것이다.
실존주의자 사르트르가 말한 ‘앙가주망'이 바로 그 뜻이다.
앞에서 말했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즉 ‘HOW의 물음'을 중시하는 입장은
실존주의 입장이라고 한다.
법륜스님도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철학이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왜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그렇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나답게 사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나답게 사는 것은
시기하지 말고,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고,
스스로 경험하며,
감정에 너무 휩싸이지 말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