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함이 나의 결.

블로그 기록을 통해 알게 된 ‘나’

by 시현

‘어중간함’

언젠가부터 나 스스로를 평가할 때 이 단어가 떠올랐다.

모든 것이 중간인 삶.

나 역시도 누군가처럼 잘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어중간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도 그랬을지 모른다.

성적도 중간, 잘하고 싶었던 노래도 중간.

특출 나게 잘한다고 인정받은 영역은 없다.


사실 흥미가 있는 곳은 꽤 많았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일도 좋아했고

젊을 땐 옷 입는 것도 좋아했다.

자취를 시작하며, 집을 꾸미며 사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고

요리를 하며 플레이팅을 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영역에서 나는 늘 중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즐겁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잘하는 이들을 부러워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러다 오래전 내가 쓴 블로그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도 달라졌음을.

달라진 흥미 덕에 평범한 일상을 기쁘게 지나올 수도 있었음을.

최고가 아니어도 충분히 내 일상은 예쁘고 다정했음을 기록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다.

나의 결은 ‘어중간함’이라고.

대신, 서술어를 하나 바꾸기로 했다.

내 삶은 업무도, 살림도, 육아도 어중간하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중간하게 잘한다고.

어중간하게 잘하는 것들 때문에, 생각보다 내 삶도 나쁘지 않다고 격려해주고 싶다.


어중간하면 어떠랴.

특출 나게 잘하는 것이 없으면 어떠랴.

그 어중간함이 나라면, 앞으로 남은 내 삶은 어중간한 나를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질책하기보다는, 그냥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게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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