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 by 김창완

집에 가자 by KCC 스위첸

by 마하

요즘 인기를 끄는 화제의 광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2분 길이의 영상 광고라 공중파 TV에서는 보기 힘든 온라인 광고입니다. TV 광고는 15초를 기본으로 하니까요. 그 광고는 유튜브에 올라온지 2주 지난 오늘 1,700만 회에 근접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박을 친 것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바이럴 광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입니다. 광고를 만든 광고회사도,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도 매우 행복해할 것입니다. KCC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스위첸 광고입니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보며 행복해할 주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룹이 아니고 개인입니다. 오늘 오전 저는 어떤 개인으로부터 카톡을 통해 노래 한 곡을 배달받았습니다. 열어보니 30년 전 나온 노래로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습니다. 아니, 들었지만 잊어버린 기억 속의 노래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밴드의 전설 산울림을 결성했고, 지금은 김창완밴드의 리더인 김창완 아티스트의 <집에 가는 길>이란 노래였습니다. 그 노래는 그가 산울림 활동을 하면서 1995년에 개인적으로 낸 <Postscript>에 수록된 솔로곡입니다. 산울림은 1977년부터 2008년까지 활동을 했습니다.


KCC의 스위첸 광고를 보고 행복해할 또 다른 주체, 그가 김창완 아티스트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니, 대체로 심드렁한 그의 성격상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든 말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광고에 제가 오늘 들은 그의 노래 <집에 가는 길>이 배경음악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 그의 팬이기에 이렇게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연기에도 능해 광고 모델로도 종종 등장하는 그는 이 광고엔 나오지 않습니다.


영상광고(CF, commercial film)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크게 비주얼과 오디오 요소가 있습니다. 음성, 음악, 음향은 오디오에 해당됩니다. 대개는 오디오보다는 비주얼이 소비자에게 큰 인상을 남깁니다. 현대는 총천연색으로 도배된 대형 화면의 시대이니까요. 밤에 다운타운의 화려한 옥외광고는 소리가 없어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 KCC건설의 CF는 꼭 그렇지 않아보입니다.


김창완 아티스트의 <집에 가는 길>이 배경음악(BGM)으로 나오는 '집에 가자' 타이틀이 붙은 그 CF에선 오디오가 큰 일을 하고 있습니다. CF에선 거의 2분 내내, 늘 그러하듯이 읊조리지만 낭랑한 그의 보컬 송이 흘러나옵니다. 그는 그 이전에 "아~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를 외쳤습니다. 그렇게 시처럼 고즈넉하지만 아름다운 노래로 어필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 집에 가니 너도 같이 가자"고 말입니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과도 같은 광고입니다. 그렇듯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이 스위첸의 '집에 가자' 광고에서 매우 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눈과 귀엔 CF의 절반 이상을 노래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들립니다. 그렇다고 광고 효과를 노래에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어쩌면 광고 제작진은 이 노래를 먼저 떠올려 지정하고 멜로디와 가사에 맞추어서 영상을 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에 소스 제한은 없으니까요.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집에 갑니다. 누구든 평생 그 일을 반복하며 살고 있습니다. 매일 가는 사람도 있고, 주말마다 가는 사람도 있으며, 3년이 지나서야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가게 되어도 집은 언제나 가고 싶은 곳입니다. 아마 그곳에 엄마 아빠가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하지만 설령 가족이 더 이상 없는 독신의 몸이라도 집에는 가고, 그 집은 언제든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것은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에 등장하는 여우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집에 휴식과 평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집은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설 중 하부인 생존과 안전은 물론 그 상부의 사회, 존경, 자아실현까지 모든 욕구의 충족과 해소가 가능한 곳(one place)입니다. 우리에게 집이 필요하고 소중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우린 집에 갑니다.


오늘(8/26) 현재 1,700만 회의 조회수.. 그들 중에서 누적 시청자를 빼면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이 이번 KCC의 스위첸 광고를 보았을까요? 김창완 아티스트의 노래 <집에 가는 길>도 들은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집에 가고 있지만 30년 된 그의 노래는 반대로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김창완 아티스트에게도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 집에 가는 행복한 일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있으니까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울러 전 그의 팬이기도 하지만 KCC는 과거 현업 시절 제 광고주이기도 했으니까요.


https://youtu.be/DZ0X5EErnNg?si=RFDYfYQm2Swi73E4

https://youtu.be/IUhmEge3TFM?si=ObDLnHH_tJ7Dqi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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