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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캣 Dec 02. 2018

이유 같은 건 없어, 그냥 행복해야 해

고양이 삼 남매에게서 배울 점

"냠냠 냐웅냐웅 근데 말이야... 쩝쩝 이 밥 너무 맛이 밍숭하지 않냐?"

"얌마, 닥치고 먹어라. 냠냠 냐웅 요즘 같은 날씨에 밖에서 얼어 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구시렁거리긴."

"크크크크 그니깡... 쩝쩝 쟨 저게 문제야. 너무 궁시렁거려."     


추운 날, 고양이 삼 남매의 식사시간. 

남매라고는 하지만 우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나이가 제일 많은 바바는 가로수길 카페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을 옮겨 다니며 살다가 얼마 전 주인이 가게를 닫는 바람에 이 집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깜둥이 하울은 금호동 옥탑방에서 애 잘 낳는 엄마의 여덟째로 태어나 동물자유연대센터를 통해 이 집으로 오게 된, 이제 겨우 6개월 된 어린 녀석이다. 그리고 나, 소피님으로 말하자면 이 집의 오래된 식구로 동물병원을 통해 생후 1주째 입양된 후 4년 동안 엄마와 함께 살아왔다. 엄마는 그 당시, 내 친오빠를 함께 입양하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하셨는데 그 이유는 내가 외로울 것 같아서였단다. 바바 할머니와 하울 녀석이 함께 살게 된 건 '내가 외로울까 봐' 걱정하는 엄마의 배려에서였다.  

    

"누구라도 외로우면 안 돼! 그건 너, 소피도 마찬가지라구!"     


물론 엄마는 낯선 우리가 잘 지낼까 조금은 걱정을 하신듯하다. 밥을 줄 때도 그렇고, 우리를 안아줄 때도 똑같이 공평하게 안아준다. 밤에 우리가 재밌게 놀 때는 가만히 거실로 나와 우리를 살펴보곤 하신다. 누구 하나라도 왕따 당하면 안 되는데 그런 걱정을 하시는 듯 것 같다. 난 그런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 우린 걱정하지 마세요. 친자매형제가 아니더라도 우린 잘 지내요. 우리 고양이들은 그래요. 먹을 것도 사이좋게 나눠 먹고, 싸우지도 않아요. 왜냐구요?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우리 집은 따뜻하고, 밥도 늘 넉넉하고, 엄마가 일주일에 두 번씩 간식도 주시고, 일요일 아침엔 특별식도 주고, 똥 모래도 늘 깨끗하니까요. 그리고 이젠 셋이라 외롭지도 않은데 다툴 이유가 없잖아요? 우린, 이유 없이 싸우거나 불평하진 않아요!"     


엄마는 씩 웃으신다. 우리를 믿어주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그 웃음이 난 무척 좋다. 

왜냐고? 우리 엄마니까. 사랑하는 울 엄마니까.     


아함~ 피곤해. 너무 얘기를 많이 했더니 피곤하네. 

이제 좀 자야겠다. 

낮 2시, 잠을 안 자기엔 햇살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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