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에 헬싱키의 아들이 한국을 다녀가겠다고 했습니다. 왜? 뭔가 투자를 하려면 은행과 연관돼야 하는데 2년간 움직임이 없는 계좌를 정지시켜 놓았기에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되고 핸펀을 정지시켜 놓았는데 그것도 모든 사항이 핸펀을 통해 오고 가니 그것도 처리해야 한답니다.
무엇보다도 형이 제대를 8월에 하니 가족을 대신하여 형 제대를 축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항보다도 형의 제대를 같이 축하하기 위해서 한국을 간다니 참 대견했고 기뻤습니다. 한편으로 귀욘 손주 보고 싶을 어머니가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못 가는 저를 대신해서 할머니를 돌봐드렸으면 하는 그런 기대가 있지요.
울 막내는 성격이 낙천적이고 상대방 배려를 잘해서 남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는 아이입니다. 큰아들은 무뚝뚝으로 일관하고 가끔 제 방식으로 얘기해서 오해 살 일도 많은데 둘째는 오해 살만 한 일도 상대방이 잘 이해하도록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지요.
한국 대학 1년 차에 호주의 두 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았는데 저는 절대로 아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지내는 할머니께 어찌 잘 설명을 했는지 할머니께서 거금을 투자하면서 호주에 가서 직접 체크, 결정하라고 하셨습니다.
비행기표가 대만을 경유해서 가니 훨 싸다고 가격에 민감한 제게 화해의 연락을 하면서 제 마음을 무장해제시킵니다. 옆에서 남편은 대만에 가서 꼭 박물관을 구경하라고 하고... 그렇게 19살의 어리다면 어린 아들은 혼자서 대만 경유 호주방문을 일주일간 했습니다.
시드니대학과 사우스 웨일스 대학이 공과대로는 세계적으로 다 알려진 대학들이더군요. 그런데 실지로 가서 보니 수업은 영어일지 몰라도 거리만 나오면 들리는 것은 쏼라 쏼라... 중국말이더랍니다ㅡ 호주에 중국 유학생이 많다는 뉴스는 보았으나 실지로 가보니 대단한 것이지요. 저는 한술 더 떠서 넌 생긴 것은 중국사람처럼 생겨서 중국말을 못 하니 그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잖을 것이라고 하면서 중국어를 배울 자세가 됐다면 호주로 유학 가라고 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한 '거북귀'자를 한문으로 쓰면서 중국어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강조했지요.ㅎㅎㅎ(팥쥐 엄마 심보)
다행히 쉽게 마음을 접고 한국 대학 2학년 접수를 했습니다. 그러나 반학기가 지나지 않아 핀란드의 헬싱키로 날아가서 거기서 초유의 사태까지 겪으면서 혼자 지내고 있은지 2년입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전학하겠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ㅎ
첫 기숙사가 있던 건물, 한국오기 전에 스튜디오 타입으로 이사를 했다.
군대 문제로 큰아들이 몇 년째 방황하다가 나이 30에 군대 간 터라 더군다가 인도에서 태어났기에 막내에겐 '군대를 다녀와야 진짜 사나이'라 강조하면서도 인생의 가장 왕성하게 지식을 쌓을 시점에 군대를 가야 하는 것이 마음 한편으로 쫌 그랬습니다.
핀란드에 가보니 젊은이들은 모두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서야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2년 다른 학교 다니다 둘러왔어도 노숙해 보이는 동기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대한 불편함도 많이 해소되어서 이제는 해병대나 특전사에 가겠다고 해서 저를 놀래킵니다.
신입생 환영회! 엄청난 컬처쇼크를 맞이합니다. 여기서는 모이면 사우나와 바닷가나 호수로의 찬물 입수입니다.
한국서 이쁜 수영복을 사 가서 사우나할 적에 입고 있었는데 남자와 여자 칸이 나눠져 있지만 발가벗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마구 돌아다닌다는 것이에요. 사우나하다가 호수로 뛰어드는 것이 이들의 미팅 일상이랍니다. 얼마나 놀랐겠어요? 재미있지요!
덕분에 저는 지인들과 이 일을 얘기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충격에 많이 웃었습니다!
학교 옆 바다가 겨울이면 위처럼 얼어붙는다. 얼음썰매와 바람을 이용한 눈썰매를 탄다. 스케이트장에서 데이트도 한다.
초기 정착에 회의에서 만난 헬싱키 여자 친구가 많이 도와주었답니다. 부모님들과도 만나서 아버님과는 테니스를 같이 치기도 하고 어머니 생신에 초대받아서 헬싱키식 풀코스 저녁을 먹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도 울 아들을 집으로 초대해 주시는 등 많이 배려해 주셔서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내었습니다. 아직도 그분들과 여친에게 감사합니다.
그러다가 여친이 의사가 되겠다고 다른 지방으로 공부하러 가서 자연스레 거리가 멀어진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는 작년 2월에 한국갔을때 여친준다고 스웨터 하나와 부모님 드릴 파쉬미나 숄 등 준비해서 아들 보러가기를 기대하고 짐으로 싸놓았지요.
이렇게 집콕하는 삶을 살게 될 줄 몰랐습니다. 며칠 전 아들 준다고 싸놓은 가방을 열었더니 어렸을적에 좋아하던 마이쮸가 두 개 나오더군요. 벌써 유통기한도 지났어요. 그래서 얼른 꺼내어 달콤한 한국의 맛을 저희가 음미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에서 녹차도 100개들이 사놓은 것과 인도 홍차 티백 등 갇다준다고 많이도 넣어놓았더라고요... 바이올린도 갖다 줘야하는데... 이리 오랫동안 안 켜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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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을 거쳐서 일주일 전에 한국에 도착한 아들은 매일 비디오 콜 하면서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물론 힘들다고 답답하다고 응석을 부립니다.
형의 자취 원룸에 격리 생활하고 있는데 자기 원룸보다 답답합니다. 레고를 큰 것 다섯 개나 만들어 모셔놓았고 뭔 책으로 가득 찬 방... 뭔가를 해 먹으려도 식사를 집에서 하지 않았던 큰아들이었기에제대로 없다고 자기 원룸보다 못하다고 불평입니다.
그런데 인천지방 코로나 격리 담당자들은 격리하는 사람들에게 손소독제와 마스크 몇 개, 체온계, 쓰레기봉투가 든 꾸러미 한 개 달랑 주고 격리하라고 한답니다. 이상합니다.
제가 학교 쪽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니 여러 정보를 갖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서 격리하는 사람들, 특히 수원에 있는 사람들에겐 가족들이 있어 그런지 햇반과 여러 레트로트 음식을 보내어 너무 많아서근처 반찬집에서 반찬만 사서 먹고 있다고 하던데... 너무 비교됩니다. 그리고 코로나 물품수령이라고 자세한 품목이없는 종이에 사인만 받아가는 것이 좀 수상하다고 느낍니다.
또한 인도에서 간 지인들은 무료로 일주일은 국가 격리시설인 호텔에서 먹을것도 잘 줘서 편히? 지냈다고 하던데 너무 인천이 차이 나는 것 같아 어디 알아보고 싶더라고요... 지자체에서 서포트 한다고 하는데 인천이면 인천공항과 송도 등 엄청나게 발전된 도시가 아닙니까?
가기 전 저는 아들에겐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격리 동안신경 많이 써주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는데 좀 너무한듯했습니다.
대신 저희들에겐 최강의 저희 어머니와 동생이 있습니다. 평일이고 바쁜 와중에도 공항까지 나와서 핸펀 안 되는 아들을 위해서 대신 보증해주고 데려다주고 먹거리를 한 아름 안겨주는 최강의 써포터즈!
너무 먹을 것이 많아서 냉장고가 안 닫힌다고... 한우 스테이크를 두 번 먹다가 질릴 것 같다해서 얼른 나머지를 냉동고에 넣어두라고 했지요. 웬 계란 한 판... 날씨도 더운데 부화 안 할라나???ㅎㅎㅎ 천도복숭아에 자몽까지...
너무도 세세히 신경 써주셔서 마음 한편에 또 부담입니다. 언제나 감사하고 감사하지요.
일요일도 돈가스가 먹고싶다고 하니 할머니가 잠시 얼굴만 보자면서 멀리 인천까지 다녀가셨습니다. 할머니가 널 보고 우시더냐고 남편이 물으니 아니요? 좋아서 웃으시다가 가셨답니다. 격리해야 하니 물건만 전달해주고 얼굴만 보고 가신 것이지요. 물론 용돈도 두둑이!!
어제는 일주일 되던 차라 처음으로 검사맡으러 나갔다 왔답니다. 무슨 검사를 3번이나 하는지? 걸어서 나갔다 왔다는데 알다시피 한국이 열 돔현상이라고 얼마나 더웠을까요?
피부가 오기 전부터 안 좋아서 그것 물어보라고 했더니 병원 가라는 성의 없는 답변... 열흘 동안 안 좋았는데 병원 가도 되는 것인지? 일주일 뒤에 가야 되는지? 바쁜지는 알지만 개개인에게는 중요한 일인데 너무 성의 없는 답변들...
물 많이 먹고 식초 발라라. 나의 처방!
병원 갈 거야! 아들의 답변. 그러고 보니 2년 넘게 실손보험을 들어서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데 한 번도 이용안 했네요... ㅎㅎㅎ 원체 병원이나 약과 거리가 먼 가족입니다.
병원이 능사는 아님. 나의 답변... 근데 목소리가 줄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요즘 한국은 열 돔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8개월이 35도에서 45도를 넘나드는 델리에서 17년을 살았기에 이 정도쯤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더위는 학습이 안된답니다.ㅎ
8월 초에 큰아들 제대하면 같이 며칠간 여행할 수 있으려나...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막내야, 가족 대신해서 열 일해주려무나. 감사하다.
친구와 산행을 갔다면서 보내온 사진, 남편이 자세히 보더니만 버섯 많네 했답니다. 먹는 물 걱정했었는데 거기서는 탭워터를 그냥 먹는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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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합니다. 격리 8일째되는 어제, 위의 물품이 도착했답니다. 라면과 햇반, 레토로트 파우치등 먹거리 위주로 한박스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