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chang 강연아 Mar 01. 2022

코로나 역병 시대의 외지, 인도 살이  

학교와 거주지에 대한 단상.

다음은 한국 교민지인 나마스테 인디아 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월 말, 우리나라 대통령 재외국민투표후 다녀와서 쓴 글이라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


2월 말 현재, 인도는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침 운동을 가 보면 마스크끼지 않고 죠깅하거나 걷는 사람들을 볼수 있습니다. 3~4 월엔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길 기도합니다.


한편 코로나 역병시대의 인도살이에 대해서 몇가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와 남편이 코로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올리고자 "인도에서 공부하기" 밴드를 통하여 거의 매일 양국가의 코로나 관련 소식과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 우리 교민분들에겐 낯선 요리나 야채, 과일등을 소개하곤 합니다.


1. 자녀 학교에 관해서


코로나 시기에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정보가 없고 하다못해 같은 학교 재학중인 학부모간에도 온라인 수업으로 운영되다보니, 그나마 학교에서 마주칠 일 조차 없어졌습니다.


보통 때도 학부모들은 학교의 교육 지침이나 자녀의 학교생활을 전방위적으로 깊이있게 파악하는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만, 코로나로 인해서 더욱 답답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제가 인도국제학교에 대해 학부모로부터 듣는, 수년째 반복해서 듣는 고충이란 것이 학교수업의 질에 관한 것 보다는 인도식 점심 메뉴에 있습니다. 정작 학교를 방문해서 직접 점심식사를 하면서 왜 문제인지 확인하며 개선하려는 학부모들은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Non-Veg를 준비해 주면 좋을텐데... 하면서 학교측 교육 방침에 반하는 의견을 내곤 하지요.

대표적 국제학교인 패스웨이즈와 제네시스 글로발 학교

AES(아메리칸앰버시스쿨)나 TBS(브리티쉬스쿨) 같은 국제학교들은 비싼 학비를 내고 점심이나 간식은 돈주고 따로 사먹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학교측에게 학비를 충분히 내고 있으니 점심도 준비해 달라는 의견은 고사하고 자녀에게 피자 같은 인스턴트 점심메뉴를 사서 먹는 것엔 관대한?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AES와 TBS

제가 보기에 학부모들끼리 학교 개선책에 관해 의제를 정해서 학교측에 어필하는 활동이 극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한국인 공식 카운슬러로 되어 있는 학교에는 학부모로부터 무슨 이야기가 들리면 학교측의 담당자들과 연락하여 해결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한국학생과 학부모 편에서 문제해결을 제시한다거나 오해의 부분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주재원의 경우, 자녀들은 대체적으로 3~5년 인도에서 학교를 보내게 됩니다만, 예외적으로 1년만에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복귀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주재원 발령이 급작스럽게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실적으로 자녀의 학교입학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지요...


즉, AES는 당장 입학이 용이치 않고 대기해야 하는데 거의 1년간 임시적으로 타학교에 다니다가 순번이 와서 옮기게 됩니다.(그러나 코로나 때부터 입학이 상당히 용이해졌습니다. 몇개월전에 학비 선지불하면 받아주는 쪽으로 선회한 듯 합니다)  TBS도 그런듯 하다고 느낍니다.


학비를 회사에서 지불하는 경우,  AES로 보내려는 계획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하등 달라진 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동안 학비는 2만불내외에서 5만불 넘게 인상되었지만, 교육의 질이나 한국 학생을 잘 지도한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되려 한국대학으로 진학하는 한국학생들의 지원을 잘 안해준다고 하는 애멘 소리가 들립니다.


주재원중에서도 회사에서 학비를 부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에는 AES 선호도가 떨어지는데,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거주지역이나 회사 가까운 곳의 국제학교나 사립학교들이 그간 제반 교육환경이 크게 상향 발전하였기에 상대적으로 학비를 절약하면서 등,하교시간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인도에 오신 학부모님들이 인도 국제학교를 로컬 사립학교보다 더 선호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체로 인도 사립학교는 학제가 로컬 위주(CBSE나 ICSE)이며, 영어 외에 힌디어나 산스크리트어를 배워야 하는 부담이 크지요. 그러나 장래에 인도와 관련된 공부를 더한다든지 비즈니스까지 할 생각이 있다면, 인도사립학교를 적극 추천합니다. 학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학부모나 학생들 인맥 쌓기에 좋습니다. 자연스레 인도 실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대체적으로 보자면, 3~5년 인도에서 공부하는 계획을 세웠기에, 향후 한국 초중고에 복귀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게 됩니다. 물론 계획대비 실제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자녀 학교입학 상담을 하면서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과거엔 웬만하면 한국학생 없는 학교를 지향했습니다. 빨리 영어를 배우고 현지환경에 적응하려는 욕구가 높았지요.


요즘엔 한국학생이 적당히 있는 학교를 선호합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으나,  자녀에 대한 교육관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학교에 한국 학생이 많고 적음은 학교 선정에 있어 큰 이슈가 안되는 상황입니다.


2.거주에 관해서


한국교민이 대부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기에 초기 정착이 용이한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엔 어차피 고국으로 복귀하면 아파트 생활할 터이니 인도에서는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는 호사?를 누려보자는 기회로 여겼었는데요... 2000년 초반 지나서 신도시 구르가운과 노이다에 아파트 단지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아파트 생활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영향도 큽니다.

남들과 부딪치기 꺼려하는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세상이지만 교민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단지에 살기를 선호하는 것은 편이성이 프라이버시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단지에서 소소하게 부딪치는 프라이버시 문제는 정착 후에 드러납니다.

 

세대가 바뀐 탓도 큽니다. 50,60세대는 한국서 단독주택과 아파트에 살았던 경험과 기억 모두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서, 그 이하 세대는 온전히 아파트세대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델리의 부촌 바산트 비하르의 주택, 예전엔 이런곳에서 살았답니다!ㅎ

아파트에 서로 모이더라도 한국식당, 한국식료품 가게 위주의 입에 맞고 편리함에 더해서 배달문화에 익숙합니다. 자녀들이나 부모들이 인도 음식향이나 맛에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경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는 한국에서 집밥 보다는 외식 또는 익숙한 배달문화가 인도에 와서도 계속되기에 식습관의 변화가 쉽지 않은데 기인합니다.


이렇게 한국식으로 인도에서 살면 인도체험 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굳이 인도를 알아야 할까요? 하기사 인터넷 찾으면 다 나옵니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으나, 아파트 단지내 주변 인도이웃들과 친분과 정을 나누는 기회가 의외로 적은 듯합니다.


인도사회 또한 특유의 토속적인 특성들이 사라지면서 점점 규격화되고 있습니다. 인도사회가 외형적인 삶의 질은 나아지는 반면, 인심이 박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팍팍해 지고 있습니다.


****


인도에 살면서 평생 추억거리를 가질 거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자녀가 교양을 쌓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학교에서 배워야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청장년층이 인도에서 사회생활하거나 자기사업하면서 경력을 또는 비즈니스를 키울 영역이 과연 무엇인가를 인도에 살면서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부모따라 함께 온 자녀들은 학교에서 뭘 배워야 할지? 영어 말고 배울게 있긴 한가?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약진하는 인도출신 인재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자국 인도에서 받은 교육의 질은 우리 한국학생들 보다 떨어지면 떨어지는데, 상대적으로 뛰어난 우리 한국학생들은 과연 자기 갈 길 찾아 잘 가고 있는 것일까요?


****


재외국민투표를 마치고 오는 길은 청명하고 아름다운 인도의 2월 모습을 선사합니다.

인도에서 살면서 교육 카운슬러로 십수년간 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는 우리 다음 세대도 인도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통하여 인도 급우들과 평생 친구로 사귀면서 미래에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함께 커가는 활약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한 인도 생활 되시기를 바랍니다.


*학교, 아파트 및 단독주택 사진은 구박사에서 가져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 우크라이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