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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Mar 10. 2023

부다 공원에서 Holi 보내기

해피 홀리, 남편의 이야기

3월 초순, 부다 탄생 공원은 형형색깔부겐빌리아 꽃이 너부러졌다. 불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Holi하면서 얼굴.옷에 뿌리는 짙은 뻘건색과 오렌지색과 너무나 흡사하다. 부겐빌리아는 자생하지만 코튼 트리나 님 등 십여미터 높이의 나무에도 타고 올라가서는 마치 자기 나무인 것 처럼 보인다. 어디에 갔다 놓아도 너끈히 살아갈 것 같다.


{3월 말 또는 4월 초순경 한번 더 와야 한다. 부겐빌리아는 질 것이지만, 프레임 오브 포리스트, 일명Dhak 나무 꽃들이 진분홍색으로 천지를 덮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공원에서 홀리 하면서 노는 연세드신 지인분들

거주단지내 가족단위의 단체 홀리 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매년 큰 명절땐 단지내 시큐리티 가드에게 쵸코파이.스낵 등을 선물로 주곤 한다. 우리 동네에서 코리언 패밀리 모르면 간첩.ㅎㅎ

*

아이들 클 때는 같이 바깥에 나가서 얼굴에 물 뒤집어쓰고 얼굴.몸 할 것없이 색칠 놀이를 찐하게 했었다. 이젠, 바라보는게 더 즐겁다. 부다공원에 피크닉 간 것은 차량 클러치도 고쳤겠다... 드라이브 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오늘 같은 날, 동네에 주차해 놓으면 짖꿎은 아이들이 차에다 여러 색깔로 물감을 입히곤 하기에,  모처럼 깨끗이 세차한 차가 얼룩 질 것도 염려가 되었기 때문에 한나절 동안 집을 벗어나 있고자 했다.

*

또 한가지 이유를 들라하면, 오늘같은 날 공원에 오면 가족 단위 그것도 수십명에 달하는 대가족이 살림살이 옮겨놓은 것처럼 엄청난 먹거리를 가지고 온다. 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정겹기만 하다. 오랜 외지생활에서 익숙할 만도 하련만... 명절날이 되면 외롭다는 생각이 불끈 불끈 들곤한다. 부모와 떨어져서 외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두아들도 휴일날 얼마나 외로울까? 그러나 소실적엔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만의 독립생활을 간절히 원했었기에 두아들은 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지나치면서 손동작으로 허락받고 사진을 찍은 가족 그룹 두군데서 잠시 오라면서 멍석을 깔아준다. 스위트를 건네준다. 인도인들은 먹는 것 대접하는게 참으로 관대하다. 매년 Holi날, 여러군데 흩어져 사는 모든 가족들이 이곳에서 모이는 날이라고 한다. 10여년전엔 100명 넘게 모였다고 한다. 나이대를 보니 4대가 모인 것 같다. 4050대가 모임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 같다.


그저 한나절 옹기종기 모여서 자식 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면서 밥도 같이 먹고 게임도 같이 하면서 친지들 얼굴도 보고 커가는 사촌.조카들과도 안면 익히는 소풍인데... 우리는 이런 친지모임이 참으로 힘들어졌다. 소멸되었다고 하는게 맞을 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가까운 친인척도 뭐가 그리 바쁜지 일부러 만나기가 어려운 세상인데... 외지에 홀홀단신 또는 부부가 달라당 이민 오듯 와서 어찌  제대로 정착을 할 것인가? 몸이 아프다든지 문제가 생긴다는지 불쑥 예상치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마땅한 도움을 청할 곳이 과연 있을까 싶다. 잘 모르는 이에게 누가 도와줄 것인가?


과거엔, 젊었을땐 의지가 충만했고 아픈걸 모를 정도로 건강했었다. 지금도 누구나가 그러할 것으로 짐작한다.


20년전 품었던 생각 그리고 20년이 지난 후 드는 생각이 똑 같을 순 없을 것이다. 변할 것 같지 않던 가치관도 세월이 흐르니 달라지는 것일까? 외지살이하면서 간과했던 가족친지간 잃어버린 끈끈한 유대감이 오늘따라 크게 부각된다.


{ 평소 친지간에 오고가는 정이 없다면, 서울살이하더라도 적막한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지생활하면서 어쩌다 한번 만나더라도 친지간 정이 더욱 북돋고 살갑게 지내는 경우도 있기에, 오늘 글은 볼레로의 주관적인 자격지심이 작용한 것 같다.  }

대자연의 풍광을 보면서, 맛난 집밥 점심 먹고는 소풍나온 인도의 대가족 그룹과 잠시 섞여서 시간 보내다보니 향수병이 훌훌 날아갔다.^^


요즘 인도 1020세대, 한국 엄청 좋아한다. K드라마 보면서 어찌 우리말을 그리 손쉽게 배우는지??? 지금은 호기심에서 시작했더라도, 우리말 왜 배워야 하지? 배워서 뭘 할 것인지? 등 로드맵에 진지한 고심을 해야 하겠다.

*

아내와 주말이면 가까운 곳 피크닉와서 걷기하면서 자연을 보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오늘은 약식밥.삶은 달걀.귤.뜨거운 물만 가볍게 들고 왔다. 돗자리 깔고 밥 먹으면서 주변의 화사한 꽃들을 바라본다. 서로 나눌 대화도 딱히 없다. 이를 두고 이심전심이라 하렸다.^^ 화제 삼을만한 건 서로 똑 같이 알고 있고 자식들 일이며 기타 등등 말하지 않아도 삼천리이다. 먼 과거 데이트할 적엔 궁금한게 많았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 자체가 스릴이 있었다. 어떻게 살 것이며 저축은 얼마나 할 것이며 집은 언제 장만한다든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였지만, 꿈이 있었기에 손에 쥔 것은 없더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 힘이 났고 그 꿈을 함께 이루어 가는게 큰 즐거움이었다.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진건가? 어찌보면 평생 갈구했던게 평탄한 편안함과 익숙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 같다.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서... 익사이팅하게 만들만한게 과연 뭘까? 아~ 이건 다른 차원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클러치 부품 거의 몽땅 바꾸었더니, 새차가 되었다. 휴일날 도로는 넉넉하다. 탁트인 도로를 거침없이 스무스하게 달리는 기분, 아주 모처럼 만끽한다.

#인도에서공부하기 #홀리날.부다공원소풍 #외지살이외로움 #인도의대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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