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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chang 강연아 Apr 27. 2024

델리로 무사귀환

물 안나오는 우리집

제 20몇년만에 밝은 대낮에 공항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는데... 생경하면서도 친근하다...


인도인들로 가득한 에어 인디아여서 외국인을 위한 입국심사대도 널널하고 한국에 취항하면서 배웠는지 짐도 얼추 빨리 나왔다.

후덥지근한 델리의 공기는 과하지 않게 적당한 매연냄새를 풍기면서 집으로... 그동안 누군가 우리집 대문 열쇠를 부수고 집안에 들어오려고 했다던데...ㅎ 워낙 3중으로 단단히 잠궈 놓은 우리집은 난공불락이다. 하다못해 창문도 막대기나 지팡이로 막아놓았다...

익숙한 델리 이미지, 왜 경찰에게 잡혔는지 이해가 안간다... 우유사러 간 곳에 기웃거리는 소님!

물을 옥상으로 올리는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번쩍하면서 작동이 안된다. 부엌과 화장실에 잠시 나오던 물도 끊기고... 얼른 옷 갈아입고 생수 사러  다녀오고 우유랑 요거트도 사오고. 작년과 달리 가스는 무난히 나오니 감사하다.


떡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하였고 얼른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은 4시반정도에 잠이 깨서 이런 저런 정리를 하다가 남편의 당뇨도 걱정되어 운동을 먼저 가기로 하였다.


6시반인데 벌써 해가 떳기에 해돋이 동산쪽 말고 걷기를 하였다. 남편의 해군 동기님이 선물로 주신 모자를 쓰고 인증샷 몇개를 남기면서 가다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의 안부를 묻는다.

아, 이 덕에 우리가 델리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구나... 새삼 주변 인도지인들에게 고마웠다.


달리기하면서 우리에게 인사하던 타쉬, 조만간 태국으로 발령이 날 생각에 기쁘다고 한다. 다람살라에 갈 계획이라고 해서 내가 아는 호텔을 소개해 주었다.  

그동안 베트남에 다녀왔다는 세인씨, 얼굴이 많이 좋아진듯한 쿠마르씨, 같이 다니던 버마씨 대신 합류한 이름 모르는 지인.

그리고 언제나 걷기보다는 앉아서 담소 나누기를 좋아하는 몇인방 사람들과 같이 사진으로 이 반가운 순간을 기록한다.


내일이면 마스크 시트라도 좀 가져가서 나눠야겠다.


아침은 포하를 먹으러 갔더니 8시 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토스트와 짜이, 오믈렛으로 아침을 대신하였다.


집으로 돌아와 플럼버를 부르니 젊은 친구를 대신 보내주었다. 아래 탱크의 물을 옥상 물탱크로 올리는 것이 고장 났다면서 4천루피라고 한다. 집주인 친척에게 전화하니 푸리씨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귀찮아하는 티가 역력하다. 혹시 직접 물을 올리는 방법은 없겠는지 물어보니 바로 콘센트에 꼽아버린다. 빙고!!! 우선에 신경은 많이 써야되지만 물 나오는 것은 확보했다. 200루피와 한국서 가져온 검은 콩 두유로 감사함을 전했다.


본격적으로 집안 물청소에 들어갔다. 남편이 열성적으로 집안 일을 도우니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한시간 반이 걸려서 모두 정상화 되었다. 감사하다. 몸은 피곤하지만 먼지가 쌓였던 것들을 씻어내다보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살 것 같다.


이렇게 나의 델리 생활은 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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