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직장인의 코로나 휴직일기
서른다섯, 2020년의 나는 왠지 모르게 화려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고 상상하곤 했었다. 서른다섯이면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업무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멋진 커리어 우먼, 혹은 워킹맘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해외 출장도 다니고, 잡지에 글도 기고하고, 수 백 명이 모여 있는 강당에서 강연도 하고, 집에서는 엄마와 아내 역할도 잘 수행해 내는 그런 슈퍼 우먼 말이다.
물론 그런 슈퍼 우먼은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고, 슈퍼 우먼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나의 상상과 거리가 먼 2020년을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실제로 맞닥뜨린 2020년은 내 삶의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이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설상가상으로 위태위태하던 회사는 결국 반 폐업 상태로 기약 없는 휴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출근할 회사가 사라져버렸다. 회사를 가고 싶은데 갈 회사가 없다니, 내 인생에서 생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아 왔는데, 직장생활 10년차에 과장으로 승진까지 했는데, 왜 하필 우리 회사가, 왜 하필 내가 맡은 교육 업무가 이런 위기를 맞아야 하는 걸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에 진학하고, 휴학 한 번 하지 않고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놀러 한 번 가지 못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는데...정해진 대로 앞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니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처음에는 ‘그래, 이참에 쉬면서 아이랑 시간 좀 보내지 뭐’ 하는 생각으로 지내보았다. 마침 딸아이도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집에 못 가고 있어서 집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시간에 한강공원에 가서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안감만 높아져갔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만 안 하면 하고 싶은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 막상 회사도 못 가고 코로나로 발이 묶이고 나니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나는 정말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게 나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었구나. 회사만 아는 직장인이 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며 입사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직장생활 10년 만에 나도 어느새 회사밖에 모르는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회사는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회사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