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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l 03. 2017

나도 파리에 가고 싶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를 적절히 잘 섞어놓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파리의 어느 야외 카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단순하게 파리 여행을 서술한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자세한 가이드북이 싫다면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를 따라서 여행을 다녀도 좋을 것이다.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 이외에 저자가 알려주는 볼거리, 먹거리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아직 파리에 가보지 않은 나조차 파리를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언제가 파리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을 가방 안에 넣어서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긴 비행시간조차 행복하게 만들어 줄 부드러운 에세이만큼 여행 준비에 필요한 것이 있을까. 그녀가 정말 좋아하는 파리에 나도 가고 싶다. 
      

만약에 내가 여행책을 쓴다면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미사여구도 없고 전문가 포스 팍팍 풍기는 유려한 사진도 없지만 그 어떤 여행 책보다 파리에 가고 싶은 마음을 마구 흔드는 책이었다. 아직까지 여행 다녀온 몇 곳의 포스팅조차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나지만 이렇게 내가 다녀온 곳에서 좋았던 장소와 음식,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어졌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파리에서 보낸 일주일을 보여주고 파리의 곳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 안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파리 사람들 속에 섞여 관광지를 찾아가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파리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만약에 내가 일주일간을 파리에 있었다면 어디를 어떻게 다녔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다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혀 서두르지 않았지만 저자는 참 많은 곳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파리에서 오랜 시간 살던 사람처럼 그녀가 소개하는 곳은 파리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파리에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관한 이야기부터 파리에서 겪은 파업, 돈을 모두 도둑맞은 후에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이야기까지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파리를 소개하는 가이드 북이면서 먼저 파리를 다녀온 선배의 조언과도 같은 책이다.


언젠가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서점이 있다는 책을 읽었다. 꽤 독특한 이 서점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에서 들려주는 이곳의 이야기는 나에겐 더 특별했다. 연출하지 않은 한때의 서점 안 시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좋다. 따뜻한 오후 커피 한잔 시켜놓고 마주 앉아 자신이 다녀온 파리가 어땠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안에는 파리의 공원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부터 170년이 넘게 운영해온 식당 소개,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 등 어느 것 하나에 매여있지 않는, 마치 파리처럼 자유로움이 묻어있었다. 

물론 파리 여행에 관한 책이니 파리를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몽마르트르를 도보로 여행하는 방법, 사진을 통해 보는 파리의 메트로,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가봐야 할 박람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여행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니 자신만의 특별한 파리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독특한 주제로 여러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키스를 부르는 파리의 장소'이다. 파리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은 사랑의 도시, 로맨틱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런 파리의 이미지에 딱 맞는 여행지가 바로 '키스를 부르는 파리의 장소'가 아닐까? 연인과 함께, 신혼여행지로 또는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에서 알려주는 키스를 부르는 장소에 가보시길. 

같은 곳을 다녀왔더라도 느끼고 감동받는 부분은 제각각이다. 인생 최고의 장소라고 엄지를 추켜세우는 곳이 다른 누군가에겐 최악의 여행지일 수도 있지만 어떤 추억으로 남든 간에 낯선 곳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가슴속 깊이 남아 나만의 소중한 기억이 된다. 파리도 저자에겐 사건사고가 많은 장소였다.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라, 지나고 나면 다시 파리를 그리워할 순간 중의 하나가 된다. 

그녀처럼, 나에게도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지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순간, 뒤따라 오던 현지인에 혼자 겁먹어 경보하듯 쏜살같이 걸어가던 순간, 우연히 들어간 야시장 푸드코트에서 인생 최고의 저녁식사를 먹었던 순간 등 가만히 생각해 보면 출발 전부터 도착까지 매 순간순간이 참 좋았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나에게도 정말 좋았던 곳이 있었는지 일상에 지쳐 닫아두었던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를 읽으며 나도 정말 파리에 가고 싶었지만 우선 지금은 내 가슴속의 소중한 여행의 추억부터 정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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