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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Jul 30. 2017

너무 솔직한 그녀의 일상 속으로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있으니 저자인 오미야 에리가 궁금해졌다. 검색창에 '오미야 에리'라는 이름을 검색하니 그녀의 트위터가 나왔다. 어랏! 왠지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의 표지 속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인데. 아니다, 캐릭터보다 좀 더 유쾌하고 좀 더 화끈한 모습의 그녀였다. 

시작부터 술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우연이 아님을 그녀의 트위터에서도 맥주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 글은 그 사람과 똑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다 공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솔직한 그녀의 모습은 내가 상상한 그대로였다. 


작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PD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도쿄에 살고 있는 싱글녀이다.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이라는 부제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즐겁다. 하지만 혼자 살고 있는 40대 여자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아마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는 그 기대는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책에서 그녀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허당짓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좋았다. 나와 비슷한 연배에 같은 미혼인 그녀가 결혼과 싱글 생활에 대해 좋은 점이라든가, 넋두리 같은 이야기를 늘어놨었다면 아마 지금처럼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와 나는 전혀 다르다. 아직 미혼이지만 그녀처럼 홀로 살고 있지 않고, 다방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그녀와 달리 나는 정적인 일을 하고 고요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에서 오미야 에리와 나의 공통점을 비슷한 연배와 미혼이라는 것 외에 하나 더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술을 참 좋아한다는 것이다. 


책의 시작부터 술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그녀는 정말 술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마신 횟수만큼이나 다양한 취중 실수담이 있기 마련인데 그녀 역시 끊임없이 술을 마시고 끊임없이 기억을 잃는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는 어찌 보면 심심할 수도 있는 일상 에세이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자폭 에피소드 덕분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껏 공감하며 즐길 수 있었다. 

폭음한 다음 날 눈치를 살피며 전날 나의 행적을 묻는다거나, 더 열심히 술을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그녀의 모습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해봤을 법한 일들이다. '젊음을 되찾으면 분명 술도 다시 세질 것이다' 라는 그녀의 다짐을 읽으니 한쪽 입꼬리가 빙긋이 올라가고 고개를 끄덕여졌다. 물론 술에 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들려주지는 않는다. 덜렁거리는 성격 덕에 지갑을 놔두고 택시를 탄다거나 엄마와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맛있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고 당장 먹어보는 호기심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등 어찌 보면 특별날 것 하나 없는 저자의 일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느낄 만큼 유쾌하게 보여준다. 

일본에 사는 40대 독신 여자라는 틀에 그녀를 가두고 책을 읽지 않길 바란다. 그녀는 나였고 바로 당신이다.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은 아마 당신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짜증이나 한숨, 또는 재미있었던 하루였어 라는 등으로 흘려버렸을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을 그녀는 잘 잡았을 뿐이다.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나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당장 그 순간을 잡아두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도 그녀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심각하지 않아서 좋았던 그녀의 일상 에세이를 읽고 있으니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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