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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Aug 03. 2017

등 뒤에서 보다 <아바나의 시민들>

검색창에서 '아바나'를 찾아봤다. 쿠바의 수도. 쿠바는 체 게바라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정도로만 알고 있는 곳이다. 쿠바를 꼭 가보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토록 먼 나라, 지구 상에 몇 남지 않았다는 사회주의 국가인 그곳을 왜 가고 싶어 하는지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애는 쿠바에 갔을까? 아바나의 뜨거운 한낮을 즐겼을까? <아바나의 시민들>을 읽고 있으니 문득 쿠바의 정열을 느끼고 싶다는 친구가 생각났다.


소설가가 쓴 여행 에세이이다. 소설 <죽은 올빼미 농장>을 통해 알게 된 백민석 작가가 다녀온 아바나 여행기인 <아바나의 시민들>은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 때 느낌처럼 독특한 여행 에세이였다. 

'당신은'으로 시작하는 글은 마치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온 풍경들에 '너도 곧 빠져들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처럼 다가오는 그의 이야기는 색달랐다. 3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여행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바나를 걷고 작가의 옆에 서서 그곳 사람들을 만나는 듯했다. 역시 소설가의 여행 에세이는 다르구나.

시간을 따라 흘러가지도, 특별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도 않는다. 아바나의 풍경과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에 대해 짧게  들려주는 에세이 형식이다. 우리는 사진에 담겨있는 작가의 시선을 느긋하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서두르지 않는다. 카메라가 빗물에 흠뻑 젖어버리는 사건에도 그는 당황해 하지만 급하지 않았다. 마치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사람처럼 바다를 즐기고 지글거리는 태양조차 여유롭게 보이게 만드는 아바나의 시민 같았다.


<아바나의 시민들> 안에 담겨있는 사진들 중에는 유독 그들의 뒷모습, 등을 담은 사진들이 많았다. 그 사진을 담은 작가의 시선이 바로 낯선 곳에 서 있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닐까. 우리에겐 잠시 일탈의 장소가 되는 여행지이지만 그곳이 일상인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화려한 자연경관이나 유명한 명소의 사진들보다 깊은 감동을 주었다.

여행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굉장한 풍경이 그들에겐 늘 보는 평범한 장면일 뿐이다. 대단한 평범함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바나 시민들의 등과 다른 곳을 바라보는 옆모습이 담겨있는 사진을 보니 나도 낯선 곳으로 여행 간다면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바쁘거나 여유로움이 담겨있는 등을 찍어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숲을 보라고 하지만, 숲을 보려면 일단 숲에서 나와야 한다. 아바나에서도 그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당신은 너무 세계 안쪽에서만 부대끼며 살았다. 그런 삶이 당신의 시야를 기계 눈의 디스플레이 틀 속에 한정 지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바나를 모른다. 검색으로 찾아본 쿠바의 수도라는 것 외에 그곳에 어떤 것이 유명하며 여행지로 매력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마 특별히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누구에게나 아바나는 낯선 곳일 것이다. 하지만 몰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아바나의 시민들>은 그런 낯섦의 장막을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걷어준다.

<아바나의 시민들>을 읽으면 백민석 작가의 '당신은' 마법에 빠질 것이다. '당신은' 마법은 낯선 그곳을 이미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게도 하고 나도 모르게 언젠가는 꼭 아바나를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소설가가 다녀온 매력적인 아바나가 궁금하다면, 낯선 도시를 헤매고 다니는 이방인의 시선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면 <아바나의 시민들> 속에서 작가와 함께 걸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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